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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탄포에 밴 봄나물의 싱그러움, 꽃보다 나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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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03면

일본 기행의 첫 번째 도시는 바로 아키타. 아키타를 한자어로 하면 추전(秋田)인데 가을논이 지역명일 정도로 쌀이 유명한 고장으로 통한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기름진 쌀밥의 대명사로 통하던 추청 품종을 ‘아키바리’라고 했는데 아마도 일본의 벼 품종을 개량해 국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아키타를 응용하여 붙인 이름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러나 아키타 사람들도 처음 들어 보는 말이고 국내 정보도 시원치 않아 ‘아키바리’ 결론은 잠시 접어 둔다.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우리나라 이천과 마찬가지로 아키타 역시 명품 쌀 생산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가다 - 첫 번째 이야기, 아키타 나베와 하나미

좋은 물은 기본이고 풍부한 일조량과 높은 일교차는 옹골지지만 차지고 기름진 쌀의 재배를 가능케 하며 긴 겨울 동안 휴식을 취해 땅의 힘이 좋은 것도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지역 공무원들은 프랑스 공무원들이 와인을 선물하듯 특별한 손님들에게 작게 포장된 ‘아키타고마치(지역 브랜드)’를 선물할 정도로 쌀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일본 3대 토종닭으로 우려낸 육수
아키타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쌀 요리가 바로 기리탄포다. 기리탄포는 쌀로 밥을 지어 으깬 후 반죽으로 길게 모양을 잡아 아키타 삼나무에 꽂아 구운 음식을 말한다. 여기에 미소를 발라 구워 먹기도 하고 나베(전골) 요리로 즐기기도 하는데 재료와 모양을 보면 언뜻 가래떡이 연상되지만 맛과 질감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기리탄포 나베는 원래 아키타현 가즈노 지역에서 유래하였는데 가을 햅쌀 수확을 끝낸 후 삼삼오오 화로 앞에 몰려 앉아 먹던 계절음식이지만 현재는 아키타를 대표하는 요리로 사시사철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기리탄포 나베 요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사쓰마지도리’ ‘나고야코친’과 더불어 일본 3대 토종닭으로 통하는 ‘히나이지도리’로(일본은 3대 우동, 3대 명천, 3대 온천 등 3대라는 말을 유난히 좋아한다) 우려낸 육수에 우엉과 버섯·미나리·파 등 각종 야채와 함께 닭고기와 내장, 그리고 기리탄포를 넣고 한데 끓여 먹는 것이다. 토종닭의 깊은 육수 맛과 함께 제철 나물의 싱그러움이 푹 배어든 기리탄포는 주변의 만개한 사쿠라도 잠시 잊을 정도의 기품 있고 절제된 맛을 선사한다. 아키타 쌀의 풍요로움으로 예부터 아키타 사람들은 정이 많고 느긋한 성격으로 유명한데 기리탄포 나베는 양도 넉넉한 것이 포만감 역시 만족스럽다.

아키타 시내에 기리탄포 나베 전문점이 즐비하지만 센슈공원 내 위치한 고운대(香雲亭·81-18-832-2393)를 추천할 만하다. 팔십의 고령에도 손님 접대에 소홀함이 없는 나카무라 도미코(中村富子)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서비스와 함께 130년 전통의 고풍스러운 일본식 적상가옥 안에서 시간을 지내다 보면 마치 한겨울 삼삼오오 몰려 앉아 기리탄포 나베를 먹는 아키타 겨울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700도로 구운 돌 넣은 나베도
우리의 전골 요리는 처음부터 재료를 한데 넣어 끓이지만 일본의 나베 요리는 차례차례 재료를 넣고 개인 그릇에 조금씩 덜어 먹는다. 우리의 전골 요리가 아주 손쉽게 접하는 대중적인 음식이라면 나베 요리는 풍부한 재료 선택과 손이 많이 가는 요리라는 인식 때문에 일본에서도 아주 특별한 음식으로 통한다. 아키타의 경우 겨울에도 다양한 식재료 공급이 가능하여 나베 요리가 발전한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한다.

기리탄포 이외에도 다양한 나베 요리를 접할 수 있는데 이시야키 나베와 슌사이 나베, 그리고 야마노이모 나베가 대표적이다. 이시야키 나베는 구운돌구이 전골 정도로 해석이 가능한데 예전 오가 지역의 어부들이 고기를 잡고 돌아온 후 주변 화산에서 달궈진 돌로 나베를 끓여 먹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현재도 아키나삼나무 통에 메바루(볼락) 등의 생선과 야채, 그리고 두부를 넣고 700도로 달군 돌을 넣어 익혀 먹고 있다.

이 이시야키 나베 요리 맛의 핵심은 아키타 청주로 반죽한 미소에 있으며 이 미소를 풀고 마지막으로 구운 돌 하나를 더 넣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 한다. 미소의 작은 알갱이를 태워 구수한 맛을 돋우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가장 독특한 형태로 통하는 이시야키 나베는 아키타 현 내 오직 9군데에서 그 맛을 볼 수 있다. 슌사이 나베는 아키타의 특산물로 다른 지방에서는 귀하디귀한 대접을 받는 순채를 듬뿍 넣는 것이 특징인데 선루랄오가타 호텔에서는 지역 돼지고기 모모부타와 함께 끓여 먹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야마노이모 나베는 산마를 갈아 경단으로 만들어 미소 육수에 끓여 먹는 요리다. 노유온천향의 쓰르노유에서 병의 치유를 위해 장기 투숙 손님들에게 적극 권유하는 건강식이라고도 한다. 나베 요리 관련 문의는 아키타현청 관광과(81-18-860-2264·한국어 가능)나 아키타현 홈페이지(http://www.akita.or.kr)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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