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아파트 공사장에 외국인 현장소장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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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의 주택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고품질의 아파트를 짓겠습니다."

지난 1일 경기도 동탄 신도시 삼성래미안 아파트 현장소장으로 임명된 일본인 나가세 게이고(長瀨圭吾.60) 삼성물산 건설부문 상무. 그는 "동탄 래미안 아파트는 초고층으로 짓기 때문에 기술력과 선진공사 관리기법이 필요해 이런 중책을 맡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감리를 담당한 경우는 있으나 현장 소장을 맡기는 처음이다.

나가세 상무는 1962년 입사한 일본 다이세이(大成)건설에서 39년간 근무하면서 현장소장을 17년간 지낼 만큼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다. 2000년 8월 서울 강남구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 현장기술 고문으로 스카우트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언어 장벽이 있지만 기술은 국경이 없어 외국인이 아파트 현장을 관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파트 공사과정에서 품질.공기 등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새 공정관리 기법을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한국 아파트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많이 올라갔어요. 건강.환경.첨단 기능이 조화된 동탄 신도시는 주거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약자들이 요구하면 공사진행 과정을 과감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가족이 일본에 있어 한 해에 5~6차례 일본을 찾는다는 나가세 상무는 "동탄 시범단지가 완공되면 손자에게 현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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