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관련주 널뛰기 '따라 사기'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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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5월 이후 서울식품 주가는 상한가 13번과 하한가 10번을 기록했다. 주가가 5% 미만으로 비교적 차분하게 움직인 날은 두달 넘은 기간 중 단 6거래일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5% 이상의 멀미나는 급등락을 거듭했다.

5월 초 종가는 5만4500원, 상한가를 기록했던 지난 2일 종가는 3만5650원으로 13번의 상한가에도 이 기간 중 주가는 2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서울식품은 지난 2월 초 한 개인투자자가 경영참여를 이유로 11.28%의 지분 매입을 신고하면서 인수.합병(M&A) 관련주로 부상했다. 이 개인투자자는 서울식품 주식을 7차례에 걸쳐 추가 매수하며 지분을 27.21%까지 늘렸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15일 52주 최저가인 760원까지 떨어졌던 이 회사 주가는 4월 27일 9만2000원(52주 최고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투자자는 지난 5월부터 지분을 매도하기 시작해 현재 지분을 14%까지 줄인 상태다.

M&A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널뛰기하듯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일부 중소형 종목의 경우 개인주주들이 지분 대량매입을 공시하면 M&A 가능성이 희박한 데도 곧바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M&A 관련주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 자체가 요즘 같은 약세장의 전형적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국지적 현상이라는 것.

지난 2일 대원제약의 개인주주 표모씨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율을12.02%까지 높였다는 소식에 이 주식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연중 신고가를 기록했다.

또 이날 금호종금의 개인주주 송 모씨가 이 회사 주식 6.1%를 매입한 사실을 공시하자 이 종목 역시 상한가로 치솟았다.

남한제지도 지난 1월 개인투자자가 지분 매입을 시작하면서 주가가 2000원대에서 2만원대까지 올랐으며, 한국금속도 2대주주의 지분 매입으로 최근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이밖에 신촌사료.신화실업 등도 M&A 기대감으로 주가가 춤추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주도하는 M&A 관련주들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반응은 차갑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우리 증시에서 개인이 주도한 M&A가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게다가 외국인이나 기관이 시도하는 M&A 대상 기업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박 연구원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M&A 관련주들은 M&A를 시도하는 측이 실제로 인수 의사가 있는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은 "흔히 '넝마주'로 불리는 일부 M&A 관련주들은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액면가 이하에서 시작해 꾸준히 올랐다는 점에서 불공정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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