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 환자들에 만성신부전 잘 나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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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매주 몇 차례씩 고통스럽게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따라서 간편한 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의학의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혈액투석 분야의 세계적 권위인 영국 왕립병원 신장내과 이언 맥두걸 교수가 지난달 26일 국내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그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선 최적의 투석요법과 간편한 치료제 개발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만성신부전 환자의 대표적인 합병증이 빈혈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헤모글로빈 농도가 13.5g/㎗, 여성은 11.5g/㎗ 이하면 어지럼증이나 식욕부진과 같은 빈혈증상이 나타나고, 7~8g/㎗ 정도면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 원인은 콩팥이 망가지면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EPO(적혈구 생성 촉진 호르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주기적으로 EPO를 주입, 적혈구 생성을 자극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기존 EPO제품의 경우 주 2~3회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매우 불편하다는 것. 피하주사를 맞으면 횟수를 줄일 수 있는데 이 때는 통증이 심하다는 것이 맥두걸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최근 한국에 소개된 아라네스트(성분명 다베포에틴 알파)의 경우 1~2주에 1회 정도만 주입해도 헤모글로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고 강조했다.약물 주입 횟수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약물의 혈액 내 반감기가 세배 정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콩팥(신장)은 인체의 재처리 공장이다. 불필요한 노폐물은 배설시키면서 유용한 물질은 재활용을 위해 흡수한다.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바로 재처리 공장 가동률이 10% 이내로 떨어진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도 3만여명이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맥두걸 교수는 "만성신부전은 고혈압이나 당뇨환자에게 많기 때문에 이들 환자군에 속한 사람들은 반드시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혈뇨.부종.배뇨장애는 물론 소변에 거품이 생기면 서둘러 신장기능을 체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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