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경영인] '한우물' 강송식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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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의 직업과는 다른 길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과의사 20년 생활을 청산한 김종철 네이쳐프러스 사장은 요즘 아로마테라피 용품 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영어교사였던 강송식 사장은 자신의 지병을 치료하다 물의 효능을 체험하자 '정수기 사업가'로 나섰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전직에 만족하고 있다.

정수기 업체인 '우물' 강송식(66)사장은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강 사장은 "좋은 물을 먹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물이 보약'이라고 말한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는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었다. 1964년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20여년간 경기고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술을 즐겼던 강 사장은 만성 간질환 등에 시달렸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자 부황 치료 등 민간요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 '살아있는'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86년 끓이지 않고 마실 수 있는 '물 사업(정수기)'을 시작했다. 요즘처럼 생수나 정수기가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부도를 수차례나 내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연리 18%의 이자를 내는 사채를 쓰면서 버텼다.

물의 효능을 체험한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번지면서 경영 상황이 나아졌다. 강 사장은 "도움받은 분들에게 어느 정도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지금도 영업사원이나 대리점이 없다. 대부분의 고객은 소문을 듣고 전화 주문을 한다. 강 사장은 "영업망을 키워 돈을 많이 벌 수도 있었겠지만 제품 가격만 올리게 돼 소비자들이 좋은 물을 마실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싫었다"고 설명했다.

'우물'의 정수기는 물을 전기분해해 약알칼리성 전해 이온수로 만든다. 사람의 몸이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수소이온 농도(pH) 7.5~8 정도의 약알칼리성 물이 좋다고 한다. 강 사장은 "병이 들고 늙는 것은 몸이 산성화되기 때문"이라며 "약알칼리성의 물로 산성화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정수기는 물을 산성.약알칼리성.강알칼리성의 물로 분해하며 분해 과정에서 살균도 한다는 것이다. '우물'은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이 커져 지난해에는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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