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김태원,도예의 '자유실험'…8일부터 포스코갤러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젊은 도예가 김태원 (33) 씨의 작품을 보고있노라면 어떤 원초적인 괴기스러움이 느껴진다.

괴물에 가까운 일그러진 얼굴이나 남근 (男根).여근 (女根) 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도자의 외형은 보는 이의 얼굴마저 일그러뜨린다.

전통도예의 '기능성' 과 현대도예의 '장식성' 이라는 두 기본을 모두 무시한 작품 앞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넣어둘 수 없는, 그렇다고 결코 아름답지도 않은 이 보기 민망할만큼 흉물스런 작품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도예의 근원에 대한 물음이다.

김씨의 작품은 얼굴과 발, 성기등 구체적 형상을 갖고 있지만 철저하게 관념적이다.

하나의 형태가 만들어지기 위한 근본인 흙과 불의 의미, 나아가 그 용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씨는 도자라는 형태가 지닌 전통적인 기능성을 관념화하고 이 관념을 다시 구체적 형상의 이미지로 전환하는 아주 복잡한 내적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물건을 담아두는 생활의 도구에서 단순한 감상의 대상으로 전락한 오늘날 도예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미 화석화 (化石化) 된 '담는다' 는 그릇의 용도를 안락과 휴식이라는 자궁, 곧 창조의 도구인 성 (性) 으로 관념화하고 이를 다시 구체적인 이미지인 남근.여근으로 만들어 작품 표면에 등장시킨다.

이렇게해서 김씨는 전통적인 도예의 기능성과 현대도예가들이 도예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노력해온 자유로운 실험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김태원의 두번째 도예전 '흙으로부터 탄생을 위한 남근, 여근전' 은 8일부터 2월5일까지 포스코갤러리에서 열린다.

02 - 3457 - 1665.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