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부티크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부동산의 부티크(Boutique)를 아시나요?"

부동산 개발사업의 부티크가 성업이다. 부티크란 프랑스어로 작은 가게(Small Shop)를 일컫는 데 국내에서는 여성 의류나 패션용품 등을 파는 점포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부티크가 부동산을 만나면 개발사업의 사업비(땅값 등)를 조달하는 소규모 프로젝트 알선 회사로 바뀐다. 즉 전주(錢主)를 끌어 모아 부동산(주로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땅 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회사로 보면 된다. 예컨대 어떤 프로젝트를 전주에게 설명하고 투자수익률을 제시해 돈을 '쏘도록'유도해 개발사업을 성사시키는 역할이다. 물론 자금을 모으면 법인(특수목적회사)을 설립하거나 시행사에 돈을 댄다.

전주들이 대는 돈은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억원에서 최대 100억원까지다. 이 부티크를 주도하는 사람은 대부분 금융권이나 외국계 투자회사 출신으로 평소 부유층 고객을 많이 확보해 뒀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경험도 많은 사람이다. 사업이 추진되면 부티크가 챙기는 수수료는 조달 금액의 2~3%다.

이런 부티크가 서울 강남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100곳이 넘는 것으로 주택.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신설된 P사도 이처럼 전주 11명의 자금을 모아 만든 특수목적 회사다. 이 회사는 서울 송파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 위해 150억원을 만들어 토지 계약금을 치렀다. 회사 관계자는 "부티크는 부동산 개발업의 땅값이나 부족자금을 조달하는 그룹으로 보면 된다"며 "건설업체 출신의 개발전문가와 금융권 출신들이 만나 벌이는 신종 알선 사업"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