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계의 조류]3.유럽의 신르네상스…프랑스정치연구소 자비에 자르댕(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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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역사적으로 유럽에는 두가지 정치적 흐름이 병존해 왔다.

분권주의와 통합주의다.

지역분권과 자치.분절화를 추구하는 분권주의는 대중주의와 맥을 같이해 왔다.

북아일랜드.북부 이탈리아.스페인 바스크지역.프랑스 코르시카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독립주의 경향이 좋은 예들이다.

이에 비해 독일 연방주의는 분권주의가 정치적으로 성숙돼 정착된 사례에 해당한다.

프랑스에서 발전한 강력한 통합주의는 오늘날 유럽통합의 모체가 되고 있다.

분권주의와 달리 통합주의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게 특징이다.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 (ECSC)' 에서 시작돼 '경제.통화통합 (EMU)' 의 마지막 단계를 목전에 두고 있는 유럽통합의 진전과정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분권주의와 통합주의가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때 유럽은 번영과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분권주의가 사회적 난제와 맞물리면 위기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유럽 평화는 깨진다.

그것이 1, 2차 세계대전이었다.

이를 통합주의로 억제하는 노력은 그래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1천8백만명에 이르는 실업자는 폭발 직전까지 간 유럽의 사회적 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인기에 영합하는 대중주의가 득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업난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운 각국의 독자적 경기부양책이 유럽을 또다시 인플레.고금리.통화불안의 악순환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이를 견제하는 통합주의적 노력은 유럽통합의 가속화로 구체화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유럽통합은 정치적 의지의 축적과정이다.

98년은 유럽이 분권주의로 경도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은 또 다시 불행해질 수 있다.

자비에 자르댕 <프랑스 정치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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