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국가위기 극복위해 大聯政도 생각해볼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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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역등권론' '지역간 정권교체론' '수평적 정권교체론' 은 모두 DJ진영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그 내용은 5.16이후 37년간이나 지속돼온 영남중심 세력의 권력독점을 방지하고 지역등권적 차원에서 지역간 연합을 통해 권력교체 내지 분점을 이룩하자는 것이다.

이 논제는 또 우리의 정치과정을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다수제 민주주의' 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그 대칭인 '협의제 민주주의' 를 이론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다수제 민주주의는 '다수 국민에 의한 정부' 와 '다수자의 지배' 를 당연시하고 있는 반면 협의제 민주주의는 정치적 결정으로부터 영향받는 사람은 모두 그 결정의 형성에 직.간접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에 출범한 'DJP연합' 도 그 시작은 소외지역간의 연립을 통한 공동집권에서 비롯됐지만 선거후에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극복을 일차적 과업으로 삼게 됐다.

이러한 상황변화는 역설적으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성공적 연정 (聯政) 수행을 위한 호조건으로 작용한다.

이미 주어진 행동반경 속에서만 모든 정책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점에서 양당간의 정책갈등이 크게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DJP연합은 일단 내부적 갈등 없이 출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본격적 과업은 그 다음 단계에서 시작된다.

즉 당면한 외환위기는 여러가지 임시변통을 통해 일시적으로 넘기게 되더라도 그 후유증 위에서 다시 국민경제를 호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래서 DJP연합은 일차적으로 사회세력들의 일치된 협조를 끌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소수지지와 소수의석이라는 불리한 통치상황을 감안한다면 폭넓은 국민적 협력은 앞으로 국정운영에 있어 불가피하다.

여기서 DJP연합은 대범하게 한나라당을 포함한 대연정도 적극 고려해 봐야 한다.

이는 대외적으로 당면한 국가위기 극복과 임기내의 순조로운 국정운영을 위해, 대내적으로는 자신들의 합의사항, 즉 내각제로의 개헌을 위해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연정은 또 3당통합이나 외부영입 등과 같은 인위적 정계개편의 구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당체제 안정화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대연정은 단순히 형식적 거국내각 구성으로 그치지 말고 의회내에서의 실질적 합의도출과 전체적 국민통합을 이끌어내 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성공할 경우 앞으로DJP연합은 협의제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위기가 아닌 정상적 상황에서도 참여정당이 연정의 실질적 파트너 구실을 할 수 있게 하며 나아가 우리의 정당체제를 정책중심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제도적 기반들이다.

박병석<성균관대 사회과학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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