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중국, 대규모 합병계획 재고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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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 주도로 국유기업들의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서 최근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신들의 경제개발 모델로 삼았던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리들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정부 주도의 기업간 합병이 자칫 불건전한 거대기업을 양산해 낼지 모른다' 고 걱정하고 있다.

중국산업경제연구소의 진베이 부소장은 "지방정부들이 대량실업사태와 기업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우량기업과 불량기업간의 '정략결혼' 을 강요하고 있다" 며 "이는 결과적으로 두 기업 모두를 부실화시킬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중국내의 기업합병은 3개월전 공산당이 국유기업 개혁을 공식 천명한 이후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10만여개에 이르는 제조업분야의 국영기업 대부분을 주식회사형태로 개편하고 나머지를 5백개 가량의 대형 국유기업에 합병시킨다는 것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2천9백80건의 기업합병이 일어났으며 이들 기업의 총자산규모만도 5백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컬러TV등의 분야에서는 새로운 대기업들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둥롄석유화학의 경우 5개 섬유.화학업체가 합병, 수직적 통합을 통해 계열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기업합병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한 예로 중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다는 화베이제약의 경우 적자기업인 텐위안제약을 인수토록 지시받았다.

지방정부는 이처럼 기업들에 대한 개입을 선호하고 있다.

또 과거 계획경제에 젖어온 중앙정부의 고위관리들도 기업 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지지하고 있다.

중국내 한 경제전문가는 "최근 한국이 경제파탄에 직면한것은 사실이지만 대기업중심의 성장전략은 한국을 한 세대만에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며 "이 모델이 중국의 입장에서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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