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혁명아 자파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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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자파타라는 이름을 가진 멕시코의 한 농부는 세계의 농민운동사에 전설적인 인물로 기록될만하다.

그에 대한 전기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농민들의 생존을 위한, 압제에 대항하는 투쟁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주제가 다분히 사회주의적이라고 할수 있다.

소련 영화의 거장 에이젠쉬체인이 32년에 만든 '비바 멕시코' 에서 작품의 주제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 농부들의 땅에 대한 애착,가진 자들의 횡포에 대한 분노를 묘사하는 내용이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영화는 시작부터 비장하다.

지주에게 땅을 빼앗겨 이를 항의하러 찾아온 남루한 농민들과 기분나쁠 정도로 화려한 생활을 하는 지주와의 만남을 보여준다.

자파타는 처음엔 무식한 농민이었지만 혁명지도자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연기하는 말론 브란도에게서 전성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분노에서 시작된 저항의식이 혁명가의 의식으로 발전하는 과정도 발견된다.

또 결국에는 부조리하고 모순된 농민 현실이 혁명가의 노력에도 불과하고 곧잘 좌절하게 된다는 슬픈 메시지도 강조하고 있다.

'에덴의 동쪽' '워터 프론트' 로 유명한 엘리아 카잔 감독은 정치적.사회적 쟁점이 되는 소재들을 주로 영화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좌파적인 주제의 영화를 만들때 미국은 50년 극우 매카시즘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였다.

카잔 감독은 이 당시 자신의 사회주의 경력과 동료 사회주의자들을 고발하는 바람에 좌파쪽에서 맹비난을 받았고 '혁명아 자파타' 는 그 후에 나온 작품이라 정치성이 의심을 받았다.

때문에 멕시코 정부는 카잔 감독이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통해 멕시코의 전설적인 농민영웅인 자파타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그를 믿지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멕시코에서 현지 로케이션을 하지 못하고 텍사스 남부의 농촌에서 촬영되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앤서니 퀸은 그가 대배우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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