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명문대 오면 대학 부지는 무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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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교육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 교육도시’가 되겠다는 것이다. 목표는 두 가지다. 교육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교육을 홍콩의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가 교육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도 자극제가 됐다.

◆대학과 중·고교도 개방=홍콩 정부의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중앙정책팀(CPU)의 라우 시우 카이 팀장은 19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외국 대학이 홍콩에 분교를 세울 경우 정부가 부지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고교를 중국 대륙 학생들에게 개방해 우수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 개혁·개방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외국 유명대학에는 부지를 무료 제공하기 위해 올해부터 정부가 적당한 대학부지를 선정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홍콩에서 건물은 사유화가 가능하지만 부지는 모두 국유여서 임대를 해야 한다.


홍콩 정부는 또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교 2년, 제6과정(대학 이전 과정) 2년’을 마친 후 통상 3년제 대학을 가게 돼 있는 영국식 학제를 2012년까지 미국식 6-3-3-4학제로 바꾸기로 했다. 미국식 학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당수 외국의 우수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홍콩을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자 제도도 개선했다. 홍콩에서 7년 이상 거주하면 영주권까지 준다.

도널드 창(曾蔭權) 행정장관은 “금융· 물류·관광으로 홍콩의 미래 발전을 보장한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신성장동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CPU는 현재 교육과 함께 환경·혁신기술·문화창조·식품안전·제품인증 등 6개 분야를 신성장산업으로 선정해 놓은 상태다. 이 중 교육은 신성장동력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홍콩 정부의 생각이다.

◆싱가포르와 경쟁=도널드 창 행정장관은 지난해 싱가포르 방문에 앞서 “싱가포르의 경쟁력 중 교육경쟁력은 홍콩이 꼭 배워야 한다. 우수인재 확보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2003년 본격적인 교육개방을 시작했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도심인 노던브리지 거리 일대를 국제 사립학교 벨트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외국의 우수한 학교를 유치하지 않고는 교육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이후 정부 공직자들의 실적 평가에서 가장 중요해진 것이 해외 우수학교 분교 유치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노던브리지 주변에 도서관과 여행사 등 학생 편의시설을 확대했다. 외국 교수와 학생들의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말 현재 이곳의 국제학교는 50곳이 넘는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 자녀를 위해 ESL 과정을 운영하는 국제학교도 많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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