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실전심리의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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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
○·쿵제 7단 ●·저우루이양 5단

제6보(73~90)=‘피 한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방울 나지 않는 쿵제’라지만 전보의 마지막 수인 백△는 뜨거운 감정의 편린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백△는 A에 젖히는 게 낫고 폼을 생각하면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 그 선택에서 감정이 작용했다. 상대는 까마득한 후배고 대마는 약한데 여기서 현찰에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80으로 밀었을 때 아무 수도 없는데 왜 81로 받느냐. 일반 기객들은 아마도 이 점이 통 못마땅할 것이다. 일류 프로가 자주 두고 있지만 절대 따라 두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은 이런 수, 이런 감각을 배워야 한다. 81은 사실 중앙 쪽을 돕는 수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87까지 달아났으나 중앙에 늘어선 백 석 점이 은은하게 빛을 토해 낸다. 공격의 성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전국의 균형은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다. 88은 당연한 수비. 여기서 느닷없는 한 수가 나타나면서 균형이 삐끗 기울고 말았다. 89와 90은 한눈에 봐도 90 쪽이 좋지 않은가. ‘참고도’ 흑1이 놓칠 수 없는 요소였다. 백2, 4로 한 점 잡혀도 흑은 B로 파고들 수도 있고 5 정도로도 좋은 흐름이다. 저우루이양처럼 균형감이 좋은 기사가 왜 89에 연연했을까. 이게 실전심리의 미스터리다. 어느 순간 사로잡히면-어떤 수가 커 보이기 시작하면-도저히 벗어나지 못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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