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홍일점’ 여자축구팀 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3개월 훈련이 나름대로 재미있었단 말입니다.”(최선진 하사)

“그러게 말이다. 힘들긴 했지만 훈련소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고 나왔다.”(신귀영 하사)

‘다, 나, 까’로 끝나는 영락없는 군인들의 대화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최선진(21) 하사와 신귀영(26) 하사는 뽀얀 얼굴이 통통한 여자 축구 선수다. 이들은 축구를 통해 군대와 연을 맺었다.

씩씩한 군인 스포츠단 ‘상무’ 팀 가운데는 여자 축구팀도 있다. 국군체육부대 산하 26개 상무 팀 가운데 유일한 여자 팀(부산 상무)이다. 부산 상무는 한국 여자축구의 저변 확대와 발전을 위해 2007년 3월 창단했다. 기존 축구단에서 뛰고 있던 선수들이 주축이 된 상무 팀에는 현재 23명의 선수가 몸담고 있다.

상무 팀은 이미연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 3명이 모두 여성이다. 성추행 등 불상사를 애초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군무관으로 채용된 선수들의 계급은 모두 ‘하사’다.

군인과 축구 선수라는 이중 신분 탓에 애환도 많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로 뽑힌 8명은 무조건 14주의 군사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성남 국군체육부대에 축구 연습장이 하나밖에 없는 탓에 여자 선수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잔디를 깔아 연습장을 따로 마련했다. 다른 팀 선수들은 3000만~4000만원의 연봉을 받지만, 이들은 130만원가량의 하사 봉급을 받는다.

상무 팀은 20일 시작하는 WK·리그에 출전한다. 한국여자축구 사상 최초의 실업리그인 ‘대교 눈높이 2009 WK·리그’는 대교·현대제철·서울시청·충남일화·수원시설관리공단 등 총 6개 팀이 출전해 11월까지 7개월간 각축을 벌인다.

온누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