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디스사,'한국신용' 또 낮춰…열흘새 두단계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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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는 22일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을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금융기관들의 외화조달이 더욱 어려워진 것은 물론 기존 대출금도 상당부분 조기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무디스는 이날 한국의 채권에 대한 외환 신용등급을 'Baa2' 에서 'Ba1' 으로, 은행 예금에 대한 외환 신용등급은 'Ba2' 에서 'B1' 으로 각각 2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이에 대해 "한국의 단기적 외환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 것" 이라며 "새 정부는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 이라고 촉구했다.

무디스는 또 "동아시아의 금융위기는 높은 수준의 단기부채를 누적시켜 왔던 많은 국가들이 시장 신용도의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노출시켰다" 며 "일본 경제와 은행체계의 문제점이 이 지역의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 밝혔다.

무디스의 이번 결정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채권발행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의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사도 이날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정유 등 한국 주요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BBB - 에서 BB - 로 한 등급 하향 조정했다.

시중은행의 한 국제부장은 "무디스의 이번 조치는 한국을 실질적으로 투자제외 등급으로 분류한 것" 이라며 "불과 열흘만에 신용등급을 두 단계 떨어뜨린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로 모든 은행의 해외 차입라인 중단이 불가피한 실정" 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사용 가능한 외환보유액은 67억달러로 여기에다 올해안에 아시아개발은행 (ADB) 으로부터 20억달러, 세계은행 (IBRD) 으로부터 30억달러를 각각 들여오면 모두 1백17억달러를 확보하게 된다.

박의준.박장희.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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