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이것만은 고치자]8.승용차 운행 주먹구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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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랑스인 M씨 (33.불어강사) 는 "지난해 한국에 온 이후 도로를 가득메운 중대형 자동차와 중고차시장에서 차계부가 첨부된 차를 한대도 찾아볼 수 없어 놀랐다" 고 했다.

운행차량의 80%가 소형인데다 중고차 매매시 차계부교환이 당연시 되는 프랑스와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 그는 차계부조차 쓰지않는 주먹구구식 소비행태의 만연이 결국 국가부도위기를 초래하지 않았느냐는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자가용승용차가 7백50만대에 이르는 요즘, 차계부를 쓰는 사람은 2~3%.가계부를 쓰는 가정은 25%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기관의 조사다.

가계부나 차계부는 합리적인 소비지출의 첫걸음. 얼마를 벌어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정확히 모르면 소비행태점검은 물론 미래를 위한 계획적인 저축이 불가능해진다.

자동차 유지에 드는 비용을 기록하는 차계부도 마찬가지. 연료비는 물론, 자동차세.보험료.주차료.범칙금.수리비.통행료등을 세세히 기록함으로써 유지비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엔진오일과 점화플러그등의 교체시기를 정확히 짚어 수리비.연료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번거롭고 귀찮아서' 라는 이유로 쓰기를 거부한다.

매년 새해 가계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가도 '매일 기록하는 습관' 이 안들어 중도에서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7년간 가계부를 써온 조원숙씨 (46.대구시비산5동) 는 "가계부를 쓰면 당장 20%는 절약할 수 있다" 고 말한다.

콩나물값조차 따지는 가계부를 보면 가계운영의 허점이 단박 들어나고 아이들도 감히 유명브랜드만 사달라는 소리를 못한다는 것. 한국보다 소득이 높은 일본은 22.6%가 경승용차를 굴리고 있는데 반해 한국인은 3.9%에 불과하며, 더욱이 40%이상이 중대형차를 구입하는것도 자동차 유지비에 둔감하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주머니에서 경비를 지불하다보니 차량 유지에 얼마가 드는지 모르는 결과다.

한국인들이 평균7번 차를 갈아치울 20년동안 한 차만을 몰고다니고 있는 강준영씨 (51.에너지관리공단 노원사업단 생산처장) 는 "60만㎞ 주행에도 차가 끄떡 없는 것은 차계부를 쓰며 매일 차를 점검했기에 가능한 일" 이라고 들려줬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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