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98년 외화사정 빠듯할 듯"…뉴욕 도이체모건은행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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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은 내년 한해동안 대외 부채를 갚기 위해 7백49억달러가 필요한 반면 국제통화기금 (IMF) 등의 지원자금을 합쳐 모두 8백25억달러를 확보할 수 있어 채무상환일정 조정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뉴욕의 도이체 모건 그렌펠 은행이 16일 (현지시간) 한국관련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 분석은 한국이 IMF등 국제 금융기구로부터의 지원으로도 모자라 미.일등의 각국별 지원까지 받는다는 시나리오로 짜여져 사실상 '막판' 까지 몰렸을 때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도이체 모건 그렌펠 은행측은 내년중 한국에서 나갈 돈은 ▶중장기 부채의 원금 상환 90억달러 ▶중장기 부채의 이자 80억 달러 ▶수입대금등 단기 부채 상환 6백29억달러등이며 이자지급액중 포함된 경상수지적자 중복계상분 50억달러를 빼면 모두 7백49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으로 들어올 돈은 ▶외환보유액 1백억달러 ▶한국계 은행들의 외화예금 1백80억달러 ▶IMF.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ADB) 의 지원자금 2백95억달러 ▶미.일등의 각국별 지원 2백50억달러 등이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한국의 단기부채 1천40억달러중 약 60%가 만기때 재연장되지 않고 40%만이 재연장된다는 '보수적' 인 가정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은행측은 밝혔다.

이 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이 시나리오는 한국이 IMF와의 협약등을 충실히 이행, IMF 지원자금이 모두 계획대로 제때 집행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고 강조했다.

따라서 내년에는 한국의 무역수지.성장률등과 같은 거시경제 상황보다 정치 상황과 정부의 정책판단.조치등이 훨씬 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이번 분석은 상세한 부채 상환 일정등 한국 정부로부터 나올 자료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해외 금융기관이 국내외 자료를 모두 동원해 구체적으로 한국의 외화 수지를 따져보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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