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너진 경제 되살리자…아직 낙관할 상황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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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인의 대선주자가 대통령과 회동해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약속 이행을 재천명하고 클린턴 미대통령의 지원의지가 공표되면서 외환 및 금융시장 동향이 다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어떤 측면으로 보나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물론 초단기적으로 긴급한 외환위기 즉 외채 지급불능상태 (모라토리움) 는 면하게 될지 모르나 어차피 하루 이틀의 노력으로 현재의 위기가 해소될 것으로 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환율급등과 주가폭락으로 재산이 반이하로 줄어들고 소득이 없어지는 상황이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계속 낙관적인 뉴스가 보도되고 이 정도에서 더 악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엄청난 비용은 비용대로 치르고 21세기를 대비한 준비를 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환율이나 주가가 하루 오르고 하루 떨어지는 데 일희일비 (一喜一悲) 할 것이 아니라 경제의 기초를 다시 건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자면 IMF와의 약속대로 개혁을 하나하나 확실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

하루하루의 등락에 신경쓰면서 희망적으로 낙관론을 가져봐야 국제금융계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리 만무하다.

외국의 금융기관이나 국제기구나 모두 대선이 끝난 뒤 한국의 대통령당선자가 무엇이라고 첫마디를 할는지, 행동프로그램은 어떻게 제시할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당선자가 초기에 내놓을 IMF대책과 경제정책의 행동방향이 우리가 선진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외국이 믿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따라서 정부가 제스처를 보여준 방향대로 부실은행 가운데 하나를 외국의 기업이나 은행이 합병할 수 있다면 최소한 한국의 개혁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일단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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