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벽돌 집 짓고 채소 심고 … ‘흙에 살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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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서해안 고속도로 충남 서천IC에서 나와 국도 4호선을 타고 부여방향으로 5분 정도 가면 판교면 등고리 이정표가 나온다. 서해바다가 불과 10여㎞떨어진 곳이지만 서천에서 가장 높은 천방산(367m)이 있어 산세가 험하다. 이곳 천방산 자락에 최근 공동체 생태마을이 들어섰다. 입주민들이 자치규약을 만들고, 입주 터를 공동 소유했다. 집집마다 태양열 급탕기 등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도 갖췄다.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 생태마을 입주민들이 집주변을 정돈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치규약을 만들고, 마을 부지도 공동 소유하는 방식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10일 오후 8시 공동체마을 박경옥(62·여)씨 집. 20여평 집 거실과 방에는 입주민 20여명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일부 주민은 기타 등 악기를 손에 들고, 혹은 막걸리와 간단한 안주를 들고 찾았다. 입주민들이 모여 노래자랑 겸 음악회를 여는 시간이다. 주민들은 기타·드럼·섹스폰 연주에 맞춰 70∼80년대 대중가요를 부르며 주말 한때를 보냈다.

드럼을 연주한 박씨는 “한달에 한번씩 주민들이 음악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흙을 만지며 사는 전원 생활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등고리마을(3만㎡)은 2006년부터 3년간 서천군과 농촌마을 컨설팅 회사인 ㈜이장이 69억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서천군이 15억원을 들여 부지를 만들고, ㈜이장이 주택 건립 등 마을 조성을 담당했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귀농·귀촌인을 유치하고 생태 환경을 보존하기위해 이 같은 마을 형태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모두 34가구가 들어섰다. ▶56.07㎡(18평형) 부터 99.8㎡(32평형)까지 4가지 형태다. 현재 33가구가 분양이 끝났고 22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분양가는 건축비(3.3㎡당 330만원)와 땅값을 포함해 56.07㎡(18평형)이 1억1250만원이다.

입주민(55명)들은 대부분 수도권 지역 50∼60대 은퇴자들이다. 각박한 도시생활이 싫어 이곳에 터를 잡은 직장인(교사 등)도 있다. 부모를 따라온 초·중·고생도 11명이나 된다. 강민숙(56·여)씨는 “밭을 일궈 채소를 심고, 집안일을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입주민들은 마을이 조성 시작 당시부터 지금까지 4년간 30여차례 모임을 갖고, 마을 운영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집은 각자 분양받되 마을 부지는 공동 지분 형태로 소유하기로 했다. 서천군이 마련해준 농장(1만㎡)도 공동으로 운영한다. 주민끼리사전 협의과정을 거쳐 각자 경작할 면적을 정하는 것이다.

건축에도 녹색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집은 모두 흙벽돌과 나무로 지었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내부는 입주민이 원하는 대로 꾸몄다.

집집마다 태양열 시스템을 갖춰, 목욕물을 데워서 사용한다. 태양열 시스템으로 연료비(매월 평균 18만원)의 20%를 절약한다. 7월까지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용량 3㎾)을 구축, 가전제품을 태양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가동한다. 이럴 경우 가구당 한달 전기료가 1000원 정도 부과된다고 한다. 또 집집마다 빗물을 모으는 탱크(용량 3t)가 설치됐다. 빗물은 화장실 물과 정원수 등으로 재활용한다.

서천=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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