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 요즘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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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나사가 풀린 건가. 정부의 말 바꾸기와 오락가락 행태가 잇따라 국민들은 너무 혼란스럽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최근 며칠간 벌어진 일만 챙겨봐도 정부의 정책 혼선이 한두 건이 아니다. 정부 믿고 따라간 애꿎은 국민들만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자칫 총체적인 정부 불신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될 정도다.

1가구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완화방안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경제활성화 지원 세제개편안’의 내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조치를 대폭 완화하겠다면서 “3월 16일 이후 양도분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라는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소급 적용은 문제라고 봤다. 원칙에도 맞지 않거니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는 가정해 보지 않았다”고 기고만장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재정부는 부인하지만 그 부처의 고위 관계자란 사람이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양도세 완화방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물론 재정부 입장에선 억울할지도 모른다. “발표 당시 여당과 충분한 협의가 됐다고 봤고, 당시는 그런 (반대)얘기가 없었다”고 한 윤증현 장관의 발언을 우리는 믿는다. 사실이라면 국회 통과를 책임져주기로 약속해놓고 돌변한 여당에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도 당혹스럽다”는 장관의 말은 무책임하다. 책임은 어디까지나 주무부처가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여당을 설득하는 것도 장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근본적으론 소급 적용 방침이 문제였다. 그런 방침만 아니었어도 이번과 같은 혼란과 피해는 크게 줄었을 것이다. 정부를 믿고 지난달 16일 이후 부동산을 판 사람들의 손실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윤증현 장관이 답해야 한다.

자동차 지원책을 둘러싼 재정부와 지식경제부의 엇박자도 심각하다. 지난 사설(11일자)에서도 지적했듯이 다음 달 1일 시행할 세금혜택을 한 달 남짓 앞서 발표한 건 문제였다. 지식경제부의 한건주의 발상이 자동차 산업에 큰 피해를 줬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지원내용에 기획재정부가 이튿날 토를 달았다. 노사관계의 진전 여부에 따라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 했다. 대체 누구 말이 맞는가. 헷갈린다. 재정부가 맞다면, 정부 말을 믿고 노후차를 폐차한 소비자가 받을 감면 혜택이 없어진다면 그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부처끼리 조금만 커뮤니케이션을 했더라도 이런 사달은 없었을 것이다.

서울의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해제 방침을 바꾼 건 아니라지만, 국민들은 이미 말 바꾸기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정부가 유념하길 바란다.

정부 정책은 신호등과 같은 존재다. 신호등이 망가지면 교통이 엉망이 되듯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거나 갈팡질팡하면 나라가 위험해진다. 제발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를 믿게 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