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외신뢰를 회복하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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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재 우리가 처한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면 단기적으로 연말까지의 외환위기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외국이 우리를 긍정적으로 보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자면 예를 들어 부실금융기관을 하나라도 정리하든가 전국민이 국채를 사든가 해서 고통을 분담하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에게 돈을 지원하는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우리 경제가 상환능력을 키우기 위한 구조조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외국에서는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지원이 곤란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입장을 바꿔 개인끼리, 혹은 기업간 돈을 빌리고 꿔주는 경우라도 돈 빌리는 측이 만약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라면 누가 돈을 빌려주겠는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지금 당장은 많은 국민이 환율이 두배로 오르고 주식이 3분의1로 값이 떨어져 소득이 반이하로 줄어드는 것을 보고 성실하게 일해온 자기들이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에게 사태를 더 성실하게 설명해야할 의무가 있다.

당초 리더십의 결여로 한보이후 중요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그결과 구조조정이 지연돼 온 것이 이렇게 험한 상황에 처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표를 의식해 자기가 당선되면 실업도 막고 소득도 올리고 고통은 없도록 해주겠다는 식의 황당하고도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도자답지 못한 언행이다.

그보다는 정부로서는 빨리 IMF와 합의한대로 구조조정 개혁프로그램을 만들어 발표하고 신속.과감하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정치지도자는 국민에게 고통을 참자고 호소하면서 인기없는 정책을 추진할 각오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선거 전이라도 빨리 금융개혁.구조조정개혁을 위한 입법안에 합의해 약속한 오는 22일엔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대외신뢰가 올라갈 수가 있다.

정부는 그때그때의 금융상황을 미봉하는 데 급급하고 정치지도자는 막연히 IMF합의사항 준수만을 다짐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시간이 급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말만이 아닌 행동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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