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하극상’ 동영상은 실제 장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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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올라 진위 논란이 일고 있는 ‘군대 하극상’ 동영상(사진)은 연출이나 조작이 아닌 실제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 관계자는 14일 “문제의 동영상에 담긴 상황은 경기도 소재 육군 30사단에서 발생한 병사 간의 구타와 하극상 장면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부대 취사병인 A상병은 같은 취사반 소속 B병장으로부터 “군기가 빠졌다”는 등의 질책을 받고 구타를 당하자 이를 최고 선임병인 C병장에게 알렸다. C병장은 “B병장처럼 바보 같은 녀석에게 맞고 다니느냐”며 A상병에게 B병장에게 대들라고 부추겼다. 이에 따라 A상병은 B병장을 내무반 옆 세면장으로 불러냈다. 처음에는 군대식 호칭을 써가며 대화가 오갔으나 곧 감정이 격해지면서 서로 욕설이 오가고 발차기와 주먹다짐으로 번졌다는 게 군 수사당국의 조사 내용이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7월 이었다.

C병장은 두 후임병이 싸우는 장면을 디지털카메라의 동영상 기능을 이용해 몰래 촬영했고 휴가를 나와 인터넷에 올렸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B병장과 A상병은 동영상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C병장은 들어주지 않았다. C병장은 정보통신보호법 위반 전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8분30초짜리 동영상은 지난달 28일 포털 사이트에 ‘군대 하극상’이란 제목으로 퍼졌다. 네티즌 사이에 실제 상황이냐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는 등 파문이 일자 육·해·공군 사이버수사팀은 경찰과 합동으로 동영상 제작 경위와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군 관계자는 “동영상 촬영자로 지목돼 정보통신보호법 등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C병장은 이미 전역한 상태로 경찰이 수배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병장도 전역했으며 A상병은 아직 해당 부대에 복무 중이다. 군 수사당국은 경찰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하극상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된 A상병에 대한 처벌 문제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영종 기자

◆하극상(下克上)=하급자가 상급자의 말이나 지시에 복종하지 않거나 항명하는 것을 말한다. 군 형법은 항명의 경우 평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적전일 때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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