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특허에 정통한 엔지니어를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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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이 향후 큰 시장이 예상되는 최첨단 기술에서 밀리고 있는 데다 이와 관련한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커졌고 그 피해도 과거보다 훨씬 클 것으로 경고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먼저 기업은 신상품 기획 및 출시, 해외시장 진출 등에서 특허 문제를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사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학은 특허분석이나 특허출원서 작성 등 특허 실무에 강한 엔지니어를 양성, 산업계에 공급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은 대학에 특허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인력 양성을 적극 주문해야 한다. 미국의 MIT·스탠퍼드·버클리 대학은 오래전부터 공학교육 과정에 특허 과목을 도입했다. 독일도 1995년부터 대학생의 창조적인 발명과 지식재산에 대한 전략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전국의 주요 공과 대학에 특허강좌를 개설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지식재산에 대해 다소 무관심했던 인도에서도 엔지니어의 특허 역량 강화를 위해 특허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이공계 대학의 특허 교육은 이제 시작 단계다. 특허청에 따르면 한 해에 약 5000여 명을 교육하고 있다고 하나 이는 전체 국내 이공계 학생 수의 2~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특허청은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공학한림원과 특허청이 대학의 특허 교육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대학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산업계에 공급하기 위해 캠퍼스 특허 전략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시작했다.

이 대회의 기본 골격은 기업이 문제를 직접 출제, 심사하고 대학생이 관련 국내외 특허분석 이후 미래 특허 획득 방향을 제시하는 형식이다. 이에 삼성전자·LG전자·조선협회 등 국내 각 산업의 주력 21개 기업이 후원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을 받아 본 기업 관계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답안의 수준이 높다고 평가해 새로운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어떤 기업의 관계자는 학생이 제출한 답안에서 회사가 수년간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다고 한다.

이번 대회의 소득은 기업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참가 학생들은 특허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이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그간의 산학협력은 총론적 문제만 지적했지 구체적인 대안 제시와 행동은 미흡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2회째 열리는 ‘2009 캠퍼스 특허 전략 유니버시아드 대회’(4~11월) 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대회가 앞으로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창조적 인재를 같이 키워내는 새로운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믿는다.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