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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이야기 담아라’ 확산되는 스토리 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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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핀란드인은 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는다.” 2000년 자일리톨은 국내에 이 같은 광고카피로 유명해졌다. 롯데제과는 자일리톨이라는 생소한 원료로 만든 제품에 광고카피를 더해 충치 예방에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스토리(이야기)를 통해 제품에 대한 관심과 신뢰를 얻었고, 최근까지 월평균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지금까지 대기업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려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제품 자체보다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강조해야 브랜드 이미지를 오래 가져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업체인 씨스팜은 최근 항산화 효소 ‘슈퍼 옥사이드 디스뮤테이즈(SOD)’가 들어간 제품을 팔면서 프랑스 아비뇽 지방의 ‘늙지 않는 멜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비뇽 지방의 멜론은 SOD가 평범한 멜론에 비해 8배나 많이 들어있는데, 이 멜론에서 SOD를 뽑아내 만들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일반 멜론은 수확 후 4일째부터 시들기 시작하는 데 비해 아비뇽 지방의 멜론은 12일 정도 싱싱함을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씨스팜은 아비뇽 지방의 멜론을 들여와 SOD를 분리한 다음 위에서 소화가 되지 않도록 후처리를 한 ‘멜론 SOD’를 팔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2001년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도입했다. ‘초록입홍합 추출 오일’을 출시하면서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관절 건강 비결을 소개한 것이다. 유럽인에 비해 관절염 발병률이 극히 적다고 알려진 마오리족이 초록입홍합을 좋아하는데, 이 홍합에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렸다.

시계업체인 로만손의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는 스토리를 통해 여성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소녀 감성을 자극했다. 제이에스티나란 브랜드명은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의 셋째 공주로 태어나 훗날 불가리아 보리스 왕의 아내가 된 실존 인물 에스티나 조반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업체는 조반나 공주가 쓰던 왕관이나 그녀의 애완 고양이인 ‘제나’를 모델로 한 제품을 제작했다.

광고대행사 금강오길비의 유혜미 부장은 “기술의 발달로 제품 간 격차가 줄어들면서 기업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를 찾게 됐다”며 “진실에 근거한 브랜드 이야기를 찾아내 소비자로 하여금 그 이야기에 만족감을 느끼게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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