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예 새길 모색…'물파동인' 12일부터 창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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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중견서예가 손병철 (孫炳哲) 씨는 일본과 중국서예의 모습을 우리와 비교해 과 (過).불급 (不及) 으로 분류한다.

( '물파 선언서' 중) 옛 명필의 글씨를 법 (法) 으로 삼는 중국은 현대에 못미친 것같고 현대서예가 성한 일본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뜻이다.

지난 80년대후반부터 국내에서도 조형성을 강조하는 현대서예가 등장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현대서예를 보는 시선은 차갑다.

조형성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빠져서는 안될 함정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미술이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더우기 서양미술이 이미 수십년전에 동양서예의 선에서 조형성을 끌여들여 실험한 것을 한참 뒤늦게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4월 서예의 미래를 생각하는 서예 그룹 두개가 엇비슷하게 탄생했다.

중국에는 없는 한글에서 한국서예의 미래를 찾아보자는 한글서단의 출범이고 물파 (物波) 동인의 창립선언이다.

한글서단이 지난 10월 한글날에 맞춰 창립전을 연데 이어서 물파동인도 12일부터 창립전을 갖는다.

(21일까지 서초갤러리 02 - 523 - 1213) 김구해.김순욱.노상동.류재학.백현수.석용진.손병철.여태명.이민주.이숭호.조영철.한병옥.황석봉씨등 물파동인은 출신배경과 활동무대가 다른 40대 중견서예가로 이뤄져 있다.

개중에는 이론을 전공한 사람도 있다.

이들의 슬로건은 과불급에 빠지지 않겠다는 것. 전통서법을 탈피하지만 조형성을 강조하는 요즘의 현대서예도 극복대상이라고 한다.

물파는 눈에 보이는 물체로 된 선 (線) 의 파동을 의미한다.

이론부분을 맡은 손병철씨는 '문자가 아닌 선에 주목한 것' 이라고 설명한다.

물파동인들의 선은 '찰라적이면서 무한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일획이지만 그의미는 다양하다' 는 것이다.

물파동인은 선언적인 이론을 정교화하고 매년 전시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장차는 해외에까지 새로운 서예이론으로 물파논리를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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