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수출액 10%선 환헤지 GM대우는 50~70% ‘베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뉴스 분석 GM대우의 파생상품 거래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 12조3100억원에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손실 때문에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도 파생상품 계약이 1034건이나 되고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1조2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만기가 올 9월에서 2011년 8월까지 분산돼 있다. 특히 미국 달러의 경우 매매 기준은 평균 971원으로 계약돼 있다. 진일회계법인의 이경로 회계사는 “원화가치가 현재보다 더 떨어진다면 GM대우의 손실액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M대우는 은행들과 통화선도(미래의 환율을 예상해 미리 외화를 거래하는 방식) 계약을 했다. 2∼3년 전에 수출 지역인 미국·캐나다·유럽 등의 화폐 대비 원화가치를 예상해 일정 기간 안에 거래한다.

GM대우는 왜 다른 경쟁업체들과 달리 파생상품을 많이 계약했을까.

GM대우는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환헤지로 선물환을 이용한다. 미래에 약속한 기일이나 기간 내에 약정한 원-달러, 원-유로 환율 등으로 은행과 외화를 거래한다. 주로 2~3년짜리로 수출액의 50∼70%를 파생상품 거래에 이용했다. 지난해 발생한 손실은 2005∼2006년에 약정한 거래로 생겼다. 그런데 지난해 달러당 원화가치는 연초 900원대에서 3분기에 1200원대로 떨어졌다. 김종도 GM대우 홍보담당 전무는 “원-달러의 경우 금융위기로 원화가치가 급락해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는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90% 이상이다. 다른 기업들은 수출금융을 이용해 대금을 즉시 받지만 GM대우는 1∼2개월 뒤 정산받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관행적으로 환헤지를 많이 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 12조3100억원 중 수출에서 올린 실적은 11조390억원이다. 특히 GM대우는 GM 본사의 시보레 브랜드 마크를 단다. 국내에서 생산한 완성차와 반제품을 북미와 유럽 등에 수출한다. 자체 판매망이 없어 대부분 GM 딜러와 계약한다. 차를 공급한 뒤 1∼2개월 뒤 대금을 결제받게 돼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서성문 연구위원은 “결제 대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1~2개월 동안 있을 수 있는 환 차손을 막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GM대우는 2003년부터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했다. 금융감독원 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파생상품을 활용해 1495억원의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엄청난 손해를 본 셈이다.

일부에서는 투기적 목적의 파생상품 거래가 많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한다. 한화증권의 용대인 수석연구위원은 “현대자동차 등 다른 기업들은 수출액의 10% 정도를 6개월 이내로 짧게 거래했고, 지난해에는 거래량도 줄였다”며 “그러나 GM대우는 시장의 변화에 너무 둔감했다”고 해석했다. GM대우는 현재 정부에 1조여원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따라서 정확한 거래내역을 일반 국민에게 해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파생상품 거래로 1312억원을 손해봤다. 수출에 따른 매출도 19조898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GM대우와는 큰 차이가 있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