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한·중·일 30인회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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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3(한·중·일) 정상회담이 개최지인 태국 반정부 시위대의 회의장 난입으로 무기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진행 중이고, 북한의 로켓 발사라는 역내 안보 현안 발생으로 역내 컨센서스를 모으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시기란 점에서 회의 무산은 더욱 실망스럽다. 한·중·일 간의 정상회담은 하루 앞당겨 열리긴 했지만 북한 로켓과 관련해 ‘북한에 단합되고 강력한 목소리를 조속히 보내야 한다’는 정도의 원론적 인식 공유에 그쳤다.

앞으로도 아세안과의 협력 확대와 공조는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아세안+3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중·일 3국의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일이다.

최근 두 차례(4월 9, 10일자 E 2, 3면)에 걸쳐 내보낸 기획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동아시아 3국의 경제력은 역내 총생산 규모에서나 교역 규모에서나 전 세계의 약 6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아직 못 미치지만 경제적으로 3극(極)을 자처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다.

더욱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성장 경제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그 비중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그동안 동아시아 3국의 경제 교류도 발전·심화돼 왔다. 하지만 3국 간 역내교역은 여전히 25%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어 EU(약 70%)는 물론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3국(미국·캐나다·멕시코)의 역내교역 비중(50%에 육박)과도 거리가 멀다.

이는 동북아 3국의 지리적·문화적 동질성, 상보적(相補的) 산업구조 등을 감안하면 대단히 미진한 수준이다. 3국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에는 3국 모두 동의하면서도 한·중-일 간의 역사적 경험, 일-중 간의 주도권 경쟁, 한·일-중 간의 정치외교적 이해 차이 등이 서로 얽히면서 경제외적 고려가 갈 길을 막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3국의 특성상 해외 수요의 확보는 필수적이고, 그 대안이 아직 미진한 3국 간 교류 비중을 높이는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한 단계 높은 제도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이 시대 지도자들의 의무다.

오늘 부산에서는 한·중·일 3국의 정·관·재계, 문화계를 대표하는 원로 지도자 30인이 모여 3국의 미래를 논의하는 ‘한·중·일 30인회 부산총회’가 열린다. 올해로 네 번째인 이번 회의의 주제는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동북아 3국의 지역협력 모색’이다. 이런 논의의 장을 통해 상생·협력의 해법을 제시하고, 그 의견들이 현직 지도자들에 의해 수렴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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