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증권 도산으로 증권업계 부도 도미노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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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고려증권의 돌발적인 부도에 따른 부도도미노 공포가 증권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콜자금등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심해 요즘같은 '신용공황' 상황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증권사들은 대출기능이 없어 은행이나 종금사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불안한 곳' 으로 인식돼 왔으나 고려증권이 금융기관 부도의 첫 테이프를 끊음에 따라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편 고려증권은 거래고객들의 계좌이관을 8일부터, 예탁금인출은 늦어도 9일오전부터 53개 지점을 통해 재개할 예정이다.

또 주택은행.롯데그룹등과 인수협상을 벌이는 등 부도파장을 최소화하는데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 투자자 동요 = 고려증권 부도후 투자자들은 '안전한 곳' 을 찾아 나섰다.

이에 따라 일부 우량 증권사들은 계좌를 옮기거나 신규로 계좌를 트려는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증권당국이 거래 증권사가 부도나더라도 바로 계좌를 옮기거나 예탁금을 찾는데 별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별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 콜자금 확보비상 = 증권사들은 당장 6일 만기가 돌아온 4천억원의 콜차입금을 갚아야한다.

돈줄을 쥐고 있는 은행들이 종금사 영업정지의 여파로 몸을 사리고 있는데다 증시침체로 주식에 잔뜩 물려 있는 상태에서 상환이 여의치 않다.

국내 36개 증권사의 지난 2일 현재 콜자금등 단기차입금규모는 10조5천2백억원으로 납입자본금 대비 비율이 2백71%를 차지할 정도로 차입경영이 심하다.

특히 한남투자신탁증권 (1천1백61%).국투증권 (9백53%).현대증권 (8백21%) 등의 비율이 높다.

◇ 악성루머 유포 = 증권업계에도 일부 은행과 종금사들의 경우처럼 악성루머가 번지고 있다.

부실화정도가 심한 3~4개 증권사는 은행권의 거래 기피대상으로 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여파로 예탁금이 썰물처럼 이탈하고 있어 불안에 휩싸여 있다.

◇ 영업실적 악화 = 만년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에도 3천42억원의 적자를 냈다.

여기다 회사채 지급보증을 섰다가 떼인 돈과 증권사고로 물어준 돈이 지난 9월말 현재 1조4천4백67억원에 달하고 주식평가손 규모도 1조2백여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신용공황이 더 악화될 경우 부실이 심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추가로 쓰러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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