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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봄 두릅 한 접시면 춘곤증이 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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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4∼5월 식탁의 대표 나물, 산나물의 황제, 독특한 향기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인 산채, 인삼·오갈피와 ‘사촌’이어서 약성이 뛰어난 귀물, 과거에 춘궁기나 천변지이(天變地異)가 일어났을 때 요긴하게 먹은 구황작물…. 바로 두릅 얘기다.

보통 두릅이라 하면 두릅나무에 달리는 새순을 말한다. 그래서 목말채·모두채[木頭菜]라고도 한다. 여름·겨울에도 채취할 수 있지만 봄에 딴 것이 맛·향·약성, 모든 면에서 최고다.

특유의 향과 쓴맛은 제법 괜찮은 춘곤증 치료제다. 식욕이 떨어지고 의욕이 저하됐을 때 냉이·달래 등 다른 봄나물과 함께 먹으면 입맛이 돌아오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스태미나를 높여주는 비타민 B1을 비롯해 항산화 효과(유해산소 제거)가 있는 비타민 A·C·베타 카로틴, 그리고 단백질·칼슘·칼륨(혈압 조절) 등이 풍부하다는 것이 영양상의 장점이다.

동의학사전에 두릅은 “맛이 맵고 성질이 평탄하다. 기운을 보강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정기를 강하게 한다. 풍사(風邪)를 없애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고 기술돼 있다. 한방이나 민간에서 약재로 주로 쓰는 것은 두릅나무의 잎과 껍질이다. 잎은 건위제로 사용한다. 뿌리와 줄기의 껍질은 당뇨병·신장염·위궤양·발기부전·저혈압·관절염 환자에게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껍질 15∼20g(하루 분량)을 물에 넣고 강한 불로 달인 뒤 식후에 두세 번 마시면 된다.

이 같은 효능을 나타내는 핵심 성분은 사포닌으로, 새순에도 함유돼 있다. 떫고 쓴맛을 내는 사포닌은 혈액 순환을 돕고 피로를 풀어준다. 숙면도 돕는다. 피로·신경 과민·불면을 호소하거나 저혈압이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유익하다.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수험생에게 두릅을 권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약 20년 전 국내에서 두릅의 사포닌 함량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온상산보다 자연산에 함유된 사포닌의 종류가 더 다양했다. 또 두릅을 가열하면 사포닌의 양이 줄어드는 것도 확인됐다. 자연산 두릅은 강원도에서 많이 나지만 채취량이 적다. 그래서 가지를 잘라다가 하우스 온상에 꽂아 재배한 것이 온상산이다. 4월 이전에 시장에 나오는 두릅은 대부분 온상산이다.

두릅은 잎 크기가 성인의 엄지손가락만 한 것이 연하고 부드럽다. 이보다 더 커지면 질겨진다. 물에 담그면 떫고 쓴맛이 우려 나온다. 이때 물에 식초를 약간 가하면 갈변이 억제된다.

두릅은 가능한 한 채취한 뒤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보통은 살짝 데쳐서 초간장·초고추장 등에 무치거나 찍어 먹는다. 초고추장으로 무치면 두릅 특유의 매운맛이 사라지고 비타민 C 손실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두릅으로 김치·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상큼하다. 전을 부치거나 튀김 옷을 입혀 튀겨도 맛있다.

살짝 데친 두릅과 쇠고기를 번갈아 대나무 꼬치에 꿰어 밀가루·달걀을 묻힌 뒤 기름에 지진 두릅적은 봄의 별미다. 이 음식은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이 잘 조화된 웰빙식으로 평가된다. 맛이 잘 어울리고 부족한 영양을 서로 보충해 줘서다. 무엇보다 쇠고기에 없는 비타민C·베타 카로틴의 섭취가 가능하다.

봄엔 땅두릅도 나온다. 땅두릅(땃두릅)은 말 그대로 가지가 아니라 땅에서 돋아나는 새순이다. 한자 이름은 독활(獨活)이다. 바람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영양·성분·약성은 두릅과 엇비슷하다.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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