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토론 감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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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5대 대선은 'TV토론 선거' 라고 할 정도다.

선거법이 바뀌면서 대규모 옥외집회가 없어지고, 경제난을 이유로 후보들 스스로가 정당연설회를 포기했기에 유권자들이 후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TV화면을 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러 후보를 비교할 수 있는 TV합동 후보토론은 선거방송중에서도 꽃이다.

유권자들이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TV방송 토론을 '제대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TV토론 감상법은 지난 1일 첫 토론에서 확인됐다.

토론이 규칙에 따라 이뤄지는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각 후보가 어느 정도 주제에 충실하는가가 1차적 관전법이다.

지난 1일 토론 주제는 경제문제였는데도 정치공세와 인신공격성 상호비방이 그치지 않았다.

또 품위를 잃는 토론을 벌이는 후보에게는 감점을 줘야한다는 지적인데 1일 토론에서 그런 양상이 벌어졌다.

토론을 주관한 TV토론위원회 (위원장 劉載天.한림대교수) 는 정치를 주제로 열릴 7일 토론회에서 이같은 양상이 더욱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 후보들이 주제를 벗어나는 발언을 하거나 지나친 인신공격을 할 경우 이를 저지할 수 있도록 사회자의 권한을 강화키로 했다.

토론위원회는 사회자에게 후보 2명이 다른 한 후보를 지나치게 공격하는 것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1차 토론에서 사회를 맡았던 정범구 (鄭範九.정치학박사) 씨는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았기에 2차 토론의 사회도 맡기로 했는데, 사회자의 발언 저지를 누가 많이 받느냐를 지켜보는 것도 후보평가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후보들은 1차 토론후 답변시간 1분30초, 재반론 시간이 1분으로 제한돼 '시간이 부족하다' 고 지적, 개선을 건의했다.

바둑대회처럼 후보당 총량개념의 시간을 배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토론위원회는 이에 대해선 단호하다.

이번 토론의 형식을 빌려온 미국 TV토론에서도 후보의 발언은 1분30초를 넘지 않는다.

미국의 후보들은 그 시간안에 필요한 답변을 다 하는데 우리 후보들은 토론훈련이 부족한데다 주제외의 정치공세형 발언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劉위원장은 "국민이 TV토론에서 인신공격이나 정치공세를 하는 후보들을 가려낸다는 냉철한 눈을 가지고 보는 것이 올바른 권리행사의 길이자 토론문화를 성숙하게 하는 채찍질이 될 것" 이라고 조언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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