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대응전략]4.바뀌는 소비생활…오일쇼크때 절약정신으로 돌아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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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IMF시대는 소비자.주부등 국민 개개인에게도 엄청난 인내와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부도.감원.임금삭감등 변화의 회오리는 대부분의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단순한 '허리띠 졸라매기' 차원을 넘어 실직이란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해야 할 판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꼭 사야 할 물건' 리스트를 들고 재래시장.할인점을 찾는 주부들의 표정에서, 전엔 맛 없다고 불평하던 회사 구내식당으로 몰리는 직장인의 행렬에서, 60~70년대에 강조됐던 절약의 지혜를 다시 찾는 주부 마음에서 IMF신드롬이 이미 생활 곳곳에 파고들었음을 읽을 수 있다.

경기도성남시 분당에서 서울시청 부근 직장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金모 (46) 씨는 카풀 대상을 찾고 있다.

출퇴근에만 하루 왕복 60㎞. 한달에 최소한 20만원이 드는 휘발유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고 (高) 물가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생활의 지혜가 필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 민중기 (閔仲基) 이사는 "앞으로 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세금부담은 늘고 물가는 올라 서민생활이 훨씬 어려워질 것" 이라며 "꼭 필요한 물건은 공동으로 구매하는등 효율적인 소비생활이 요구된다" 고 말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누구 탓이냐를 따지기 앞서 국민들이 에너지 절약.해외여행 자제등으로 아끼고 덜 쓰는 것만이 경제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고 말했다.

외제병은 더이상 용납받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그동안은 개방화 물결을 타고 '있을 법한' 추세로 여겨졌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주부 강인원 (38.서울서초구서초동) 씨는 "동네 문방구도 수입품으로 가득 찰 정도로 외제품 선호경향이 만연해 있다" 며 "어린이의 옷.신발.가방.장난감은 물론 연필.지우개까지 외제가 판을 치는 풍토부터 고쳐야 한다" 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인 L씨는 "얼마전 모 골프장 구내 골프숍에서 한세트에 6백만원짜리 일제 (日製) 혼마 골프채가 한달에 여러벌씩 팔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 정신 못차리는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 "일부 부유층의 무분별한 소비행태가 문제" 라고 꼬집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70년대말 오일쇼크때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갖는다.

난방절약.한등 끄기.수돗물및 가스 아껴쓰기는 기본이고 카풀.10부제를 활성화함으로써 석유수입을 줄이는데 한몫 하자는 것이다.

중앙부인회등 38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나라경제 살리기 결의대회를 갖고▶카드.연하장 줄이기▶해외여행 자제▶전기.가스 절약등을 실천하자는 캠페인에 나섰다.

대우경제연구소 박진 (朴進) 연구원은 "소비성향은 한꺼번에 줄어들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고 전제, "그렇더라도 가정의 씀씀이를 구석구석 따져 과감한 군살빼기로 내핍생활을 체질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종태.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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