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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일단 벗어난 한라그룹…삼호조선소 건설로 '빚더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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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3일 오전까지만 해도 몇몇 계열사의 법정관리나 화의 신청까지 검토했던 한라그룹이 금융권의 지원으로 일단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라그룹이 경영난을 겪게된 직접적인 원인은 9개 종금사 영업정지에 따른 것이고, 한라중공업의 경영정상화가 늦어진 것이 근본 원인이다.

한라관계자에 따르면 한라는 주말과 월말이 겹쳤던 지난달 말에 만기가 도래한 수천억원의 자금을 갚지못해 벼랑끝까지 몰렸다.

그러나 4일 종금사들이 기간만료된 부채의 연장을 허용하고 은행과 현대그룹이 '지원' 해주기로 함으로써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한라는 전남 영암에 약1조원을 들여 삼호조선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8천억원의 빚을 졌다.

이때문에 지난해 한라중공업은 4백78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그룹의 부채비율은 2천65%까지 치솟았다.

현재 삼호조선소의 선박수주 물량은 2000년 초반까지 확보되었지만 이가운데 상당수가 국내외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합끝에 수주해 채산성이 좋지 못한 게 문제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말 완공한 대불 공단내 신문용지 공장도 시설과잉으로 신문용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라그룹의 한 관계자는 "18개 계열사 가운데 만도기계와 한라공조등 일부 자동차 부품사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고 털어놓았다.

한라는 이날 금융권의 추가지원이 결정되자 "앞으로 자산처분등의 자구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IMF) 의 긴급자금 지원과 관련해 종금사 영업정지등 금융권의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라에 대한 금융권의 지속적인 자금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라그룹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자 형제그룹인 현대와 성우그룹이 결국 한라를 분할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는 그동안 현대종금.강원은행의 여신 5천억원을 포함해 약 8천억원을 일반거래형태로 지원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에대해 "지금은 우리도 누구를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며 인수가능성을 부인했다.

현대는 이날 발표한 '한라그룹 관련 입장' 에서 "한라에 대한 자금지원은 그동안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라가 현대그룹 계열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것은 금융기관의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일환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대 관계자는 그러나 "한라중공업이 법정관리로 들어간다음 법원이 포철에 한보철강을 위탁경영시킨 것처럼 위탁경영 요청을 해온다면 고려해 볼 용의는 있다" 고 말했다.

유권하·양선희·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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