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금융감독체계 통합도 강요 받아…지휘권 어디로 갈지 촉각 곤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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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융감독체계및 중앙은행제도가 결론을 보게 됐다.

그동안 당사자간의 대립과 정치권의 이견으로 미뤄졌으나 IMF의 외풍으로 결국 개편쪽으로 방향이 잡힌 것이다.

IMF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들고 나온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IMF의 토머스 밸리노 통화환율팀장도 내한 (來韓) 하자마자 "금융시스템의 개혁이 자금지원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중 하나" 라고 지적했다.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감독체계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IMF는 특히 금융불안의 불씨가 된 부실종금사에 대한 감독소홀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금사 감독은 재정경제원이 담당하도록 돼 있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은행은 은행감독원, 제2금융권은 재경원으로 각각 나뉘어 있어 감독의 사각 (死角) 지대가 있었다고 IMF는 보고 있는 듯하다.

또 IMF가 중앙은행의 독립과 물가안정 목표제 도입을 요구한 것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권한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IMF는 구조조정을 위해 내년도 총통화증가율을 10%대 이내에서 유지하는 초긴축정책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선 한은을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IMF와 합의한대로 감독체계를 통합할 경우 그 지휘권을 어디에 두느냐다.

IMF는 이것까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 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내에서 이와 관련된 협의가 다시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창구가 된 재경원의 주도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한은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IMF와의 합의사항이 관철되면 은감원이 떨어져나가고 한은의 은행감독 권한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성태 (李成太) 한은 기획부장은 "감독기구를 통합해 정부가 지휘할 경우 관치금융이 더 심화된다" 며 "중앙은행에서 은행감독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즉각 반발하고 있지만 요즘 분위기상 걸리는 것도 많다.

예컨대 가두에 나서 반대운동을 벌일 경우 "외환위기를 당하고도 아직 밥그릇 싸움이냐" 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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