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과감한 관광산업 투자로 여행수지 적자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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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심각한 외환위기를 맞아 여행업.여행자들이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한 한국인은 4백65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났으며, 올해도 이미 9월말 현재 3백62만명의 내국인이 해외여행을 해 연말까지 지난해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순히 해외여행자 수가 늘어난 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우리의 여행자들은 1회 여행시 1천6백달러를 사용하며 한국에서의 외국인 사용 달러는 1천4백달러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는 이같은 해외여행 지출 확대는 물론 외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저해해 여행수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내국인 해외 여행자와 방한 외국인이 모두 한국을 종착 또는 시발로 하는 동일 항공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내국인의 좌석 점유율이 늘어나면 한국 방문을 희망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항공 좌석을 얻기 어려워진다.

특히 대만 같은 곳은 한국에 오고 싶어도 좌석을 얻기 어려워 일본 등으로 빠지는 일이 많다고 한다.

왜 이같은 사태가 도래했을까. 정책의 부재내지 혼선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성급한 여행자유화 실시, 외환 소지 1만달러 허가, 여행업자의 난립 허용 등.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을 붙잡아두고 외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가격이 싸져야 한다.

가격정책은 투자여건 개선을 통해서만 가능하리라 본다.

외국인 관광객을 보다 많이 유치하고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흡수하려면 다양하고 편리한 국내 관광여건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올해도 9월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대비 7.6% 늘어났으나 수입은 10% 감소했다.

이는 여행 수지면에서 볼 때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관광투자가 매우 부족하다는 증거다.

외국인이건 내국인이건 관광활동으로 돈을 쓸만한 곳과 돈을 쓸만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있어 치명적인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관광투자가 빈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관광산업의 수익성이 보장 안돼 투자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을 소비성산업으로 인식하는 정부 및 국민 여론의 잔재로 아직도 특소세 등 세금 및 각종 부담금이 많고, 노동임금이 워낙 상승했기 때문에 인력 소요가 많은 호텔을 짓기보다 사무실 임대가 낫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로는 더 이상 관광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의 수용시설로는 외래 관광객 4백만명이 입국한계라고 본다.

특단의 조치, 인식의 대전환 없이 관광산업은 좌초할 수밖에 없다.

내국인은 덜 나가고 외국인을 더 많이 들어오게 하려면 관광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인식해 최소한 수출산업에 준하는 제도적 혜택을 부여하는 등 관광 육성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유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경문 <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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