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이 직장! 원장보다 돈 많이 버는 직원 4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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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식e-러닝팀은 2007년 3차원 쌍방향 교육콘텐트 제작·운영 소프트웨어인 ‘실감형 e-러닝 학습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 현대영어사와 천재교육 두 회사에 이 기술을 총 8억2000만원에 팔아 대박을 터뜨렸다. 영어 학습 콘텐트의 경우 컴퓨터 화면의 3차원 뉴욕 지도 위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물건 값을 흥정하고 치르는 게임이 눈길을 끈다. 영어회화에 식사 예절, 화폐 단위까지 익힐 수 있다.

이 기술로 개발팀 전원은 지난해에만 각각 5000만원 이상의 기술료 수입을 올렸다. 팀원들의 배경이 특출난 것도 아니다. 이 팀장은 아주대(전산학)와 동국대(석사)를 나와 직장을 다니며 충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지난해 기술료 수입 10위(8212만원)에 오른 김모 연구원은 계약직이다. 5000만원의 기술료 수입을 올린 이수웅 팀원은 병역특례 요원이다. 그는 “수입을 차치하고라도 군 복무 대신에 국책연구소를 지원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ETRI에는 원장보다 더 많이 버는 엔지니어가 수두룩하다. 이날 행사에서 지난해 기술료 수입이 1억원 이상인 연구원 5명을 포함해 8000만원이 넘는 11명이 우수기술 이전상을 받았다. 최 원장은 “기술료에 연봉을 합친 총수입이 원장(1억2000여만원)보다 많은 직원이 400여 명”이라고 전했다. 강당 입구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지난해 말 받은 ‘과학기술창의상’(대통령상) 기념비가 눈에 띄었다. ‘차세대 와이브로’ 업적이었다.

요즘 ETRI는 젊은 층의 이공계 기피 풍조의 무풍지대에 가깝다. 최 원장은 “이공계 인재들이 열심히 일하면 보람을 느끼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부터 ‘국가 연구개발 관리규정’이 바뀌어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 개발 성과를 더 많이 나눠 갖게 됐다. 국책연구소가 민간 기술이전으로 번 돈은 종전엔 ▶정부 20% ▶연구소 30% ▶개발팀 50%로 할당됐다. 올해부터 정부 몫이 9%로 줄고 연구소와 개발팀에 91%가 돌아간다.

ETRI는 지난해에만 연구원 전체로 기술료 수입이 622억원에 달했다. 이유경 기술사업화본부장은 “기술 사업화 성공률이 다른 연구소보다 높은 데다 기초기술 위주 연구소보다 상용기술 개발 비중이 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90년대 말부터 정보기술(IT) 산업 붐이 일면서 ETRI 기술료 수입도 덩달아 급증했다. 정부 보조금이 전체 예산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자급자족 국책연구소 모델이다.

다만 국책연구소들은 정원 제한으로 정규직을 뽑지 못하는 실정이다. ETRI는 그래서 계약직 연구원 130여 명을 올해 선발할 예정이다.

대전=이원호 기자

◆ETRI=국내 정보통신 발달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연구개발 기관으로 평가받는다. ▶1986년 전전자교환기(TDX) ▶88년 메모리칩(D램) ▶96년 디지털 이동통신 ▶ 2004년 와이브로 ▶2007년 4세대 이동통신 등 세계 최첨단 기술을 속속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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