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태풍' 상륙…한라중공업 50% 감원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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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제통화기금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한라중공업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잇따라 나서면서 '실업대란' 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라중공업은 25일 경영위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전임직원의 50%에 해당하는 3천여명을 감축하는 한편 강경호 (康景豪)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62명 전원의 사표를 받는등 강도높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한라의 이같은 감원 결정은 국내의 많은 다른 한계기업들의 강도높은 감원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라중공업은 이날 '결코 회사의 문을 닫을 수는 없습니다' 라는 담화문을 통해 다음주까지 공개적으로 희망 퇴직자를 모집하고 나섰으며 우선 희망 퇴직자와 자연감소로 인원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퇴직자수가 목표치인 총 직원수 6천55명의 절반수준에 미달할 경우 권고사직을 통한 정리해고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철강도 부산공장의 강관 생산라인을 미국및 국내업체에 매각키로 하면서 근로자 2백여명을 개별협상을 통해 명예퇴직 또는 냉연부문으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은 24일 올 한햇동안 임원 1백명 (30%) , 직원 1천5백명 (8%) 을 줄인데 그치지않고 향후 구조조정과정에서 감원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또 현대자동차는 최근 조직 축소개편을 통해 임원 30%를 감축했고 쌍용양회는 팀.부를 1백19개에서 77개로 42개나 줄이면서 장기근속직원 대상 조기퇴직에 나서는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에서 감원러시가 일기 시작한 상태다.

이는 ▶장기 불황에 따른 기업 자금사정 악화 ▶향후 사업환경 불투명 ▶IMF의 강도높은 긴축과 구조조정요구 전망등에 따라 대다수 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나섰음을 반영한 것으로 기아.한보철강등 부실기업의 감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샐러리맨들에게 그간 안정된 직장으로 여겨져왔던 금융기관.공기업들도 인수.합병등 본격 구조조정과 함께 대량감원이 예상돼 실업률이 급증하며 큰 경제.사회문제로 대두할 전망이다.

한편 한라중공업의 이번 감원은 현대그룹에 한라중공업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으로도 알려졌다.

한라중공업노조는 27일 실시되는 위원장 선거가 끝난후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측이 감원을 강행할 경우 심각한 노사갈등마저 예상되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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