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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 월북후 발표 시 3편 발견…정쟁서 생존위한 전향 입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당신은 혜성처럼 이 세상에 나서/매운 총 소리로 야반의 어둠을 깨쳤고/조국의 하늘을 덮었던 불행의 흑운은/북방 평원을 울린 포성의 우뢰로/산산이 흩어졌다 (김일성을 찬양한 '四0년' 중) ." 일제 때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KAPF) 서기장을 지냈고 해방 이후엔 조선문학건설본부 의장을 맡았던 좌파문단의 선봉장 임화가 47년 월북 후 발표한 시 '평양' '모쓰크바' '四0년' 이 시사월간 'WIN' 에 최초로 공개됐다.

문학평론가 김재용씨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입수, 공개한 3편의 시들은 "임화의 서울에서 평양으로의 지리적 이동뿐 아니라 박헌영에서 김일성으로의 정치적 입장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고 밝혔다.

월북 전 박헌영을 찬양하는 시를 발표했고 6.25발발 직후에도 한반도의 중심으로 '서울' 을 노래했던 임화는 남로당과 북로당의 정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양과 김일성에게로 전향한 것을 입증한다는 것. 전향후 조선문학예술총동맹.조선문학동맹의 중앙위원을 맡기도한 임화는 결국 53년 8월 박헌영 일파와 함께 '미제간첩' 으로 사형당하고 말았다.

남한에서는 월북작가로, 북한에서는 '종파분자' 로 잊혀져버린 정치지향적 예술인의 비극적 말로를 임화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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