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중앙아시아서 세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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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옛 소련 연방이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카스피해 지역 국가들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옛 소련 영향권인 이들 국가에 대한 정치.경제.군사적 유대를 강화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중동의 이란.이라크등에 대한 압력도 강화하겠다는 의도 아래 관계강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 지역 국가지도자들의 방미를 적극 추진하고 미국지도자들을 이 지역에 수시로 파견하고 있다.

이 결과 지난 9월 아제르바이잔의 게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 이달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대통령의 방미가 이어졌다.

또 지난 6월 스트로브 탤벗 국무부 부장관이 이 지역을 순방했고 이달에는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중앙아시아를 순방했으며 페데리코 페나 에너지부 장관이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했다.

그밖에 최근 카자흐스탄과 군사협력조약에 서명한 것을 비롯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그루지야등과 '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 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합동군사훈련도 벌였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대외원조차관과 엑손 (EXXON) 과 같은 미국 석유메이저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이들의 러시아 경제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미국이 장기적으로는 이 지역 국가와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회원국인 터키를 연계시킨 새로운 경제안보협력체를 이 지역에 형성하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뒷마당과도 같은 중앙아시아 지역및 카스피해 연안 지역에 대한 미국의 공략에 러시아의 맞대응도 거세다.

러시아는 보리스 넴초프 제1부총리겸 에너지부 장관을 이 지역에 수시로 파견하는 한편 미국의 카스피해 연안 국가들에 대한 전략적 제휴에 맞서 미국의 적국인 이란과 에너지개발및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 나고르노 카라바흐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군사무기 지원을 재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또 독립국가연합 (CIS) 국가들의 양자간 혹은 다자간 조약을 활용해 카스피해 연안 지역과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관할권을 명확히 하고 이곳에 배치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각국에 러시아인들이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40%대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와 결코 소원해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 지역 국가들은 러시아의 과도한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 유대를 강화하려는 노력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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