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물]인권청문회에 선 만델라 전부인…80년대 살인·납치혐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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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넬슨 만델라 남아공대통령의 전 부인 위니 만델라 (63)가 인권청문회에 섰다.

위니는 24일부터 닷새동안 남아프리카의 과거청산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진실과 화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80년대말 발생한 살인.납치.구타등 18건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관련여부를 조사받는다.

전 남편 넬슨 만델라와 함께 수십년간 백인정권의 탄압에 맞서 투쟁한 공로로 남아공 흑인들로부터 '민족의 어머니' 라는 존경을 받아온 그녀가 인권청문회에 서게 된 것은 지난 88년 12월 발생한 한 흑인소년 납치살해 혐의 때문. 당시 그녀는 자신의 추종자인 '만델라 연합축구클럽' 회원들을 사주해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흑인거주 지역인 소웨토에서 4명의 어린이를 납치, 이중 스톰피 세이페이라는 14세 소년을 살해한 혐의로 91년 유죄판결을 받았다.

위니는 또 이 과정에서 심하게 얻어맞아 정신을 잃은 세이페이와, 그녀가 함께 있는 광경을 목격한 의사 아부 베이커 아스바트를 암살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녀는 당시 살인사건 연루 혐의가 인정돼 6년의 실형선고를 받았으나 살인을 직접 사주했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아 투옥되지 않고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위니가 이번에 다시 궁지에 몰린 까닭은 당시 증인들이 이번 청문회에서 그녀에게 또다시 불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만델라 연합축구클럽' 의 코치 제리 리처드슨은 위니가 직접 살인 지령을 내렸다고 증언할 것으로 보이며 또다른 증인 카티자 세벡훌루는 위니가 세이페이를 칼로 찌르는 것을 보았다고 말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아프리카민족회의 (ANC) 여성연맹 의장을 거쳐 올 12월 전당대회때 부총재직까지 노리고 있는 야심찬 위니가 일생일대의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지 관심거리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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