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중국의 대북 영향력의 한계?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날
북한은 기어코 로켓을 쏘아 올렸습니다.

한국과 미, 일의 로켓 발사 반대는 그렇다치고
'최후까지 설득하겠다'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말도 면목 없게 됐지요.

사실 북한에 가장 영향력 있다고 생각되는 나라가 중국 아닙니까.
그러나 북핵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영향력이란 것은
6자회담을 진행해 나가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게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북중 관계가 예전만 같지 못해서 그런걸까요.
솔직히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등에 대해 할 말이 빈약합니다.

중국은 60년대 핵실험에 앞서 소련의 반응을 떠봅니다.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의 공격을 받을 때 소련이 파병할 의지가 있는가를
시험하지요.

그 결과 소련이 그럴 의사가 없다고 확인한 중국은
핵실험에 나섭니다.

그와 똑같은 경우가 북중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북한은 핵실험 이후 중국이 나무라자
'당신들은 그 때 왜 핵실험 했냐고 반문합니다.'
이 말에 중국은 머쓱해지고 말았지요.

북한도 나름대로 중국을 시험합니다.
'관건적인 경우'에 중국이 북한을 도와줄 것인가 하구요.
관건적인 경우란 물론 북한이 공격을 당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얻은 대답은 '아니다'로 알려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내 살겠다고 핵실험하는데 당신은 참견마라'는 식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지요.
결국 중국은 할 말이 없어지게 됩니다.

중국이 북한에 갖는 영향력이란
크게 설득과 시혜, 압박 등 셋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설득 당할 북한이 아니고,
시혜라는 경제적 이익은 곶감처럼 빼먹기만 하는 게 북한이고,
압박은 중국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압박은
1961년 7월에 북중이 체결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담긴
'북중 상호원조 조약'인데,
중국은 끝내 이 조약의 파기 운운하면서까지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의 상황입니다.

그만큼 북한 정권의 존재는 중국에 필요한 것이겠지요.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한 정책을
다음 셋으로 분류한 이종석 씨의 견해는 눈여겨볼만 합니다.

첫째, 북한의 존립을 좌우하는 문제에서는 북한을 적극 옹호한다.
(예를 들면 핵문제를 둘러싼 북한에 대한 강제 제재 반대 등)
둘째, 북한의 존립을 직접 해치지 않는 문제는 국제관례에 따른다
(예로 북한 핵개발 반대 성명 등)
세째, 중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걸리지 않은 문제는 최대한 북한 뜻 수용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응징을 가하려는
유엔결의안에 대해서 또 반대의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참에 중국이 북한에 갖는 영향력을 똑똑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향력이 크지만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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