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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8> 지구온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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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20세기 후반 가파르게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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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13.9도였다. 2008년에는 이보다 0.49도 높았다. 특히 20세기 후반 지구 평균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가장 기온이 높았던 해는 2005년이었고 1998, 2002, 2003, 2006, 2007년이 그 뒤를 이었다. 과거 160년 동안 연평균 기온을 높은 순서대로 놓았을 때 상위 10위는 모두 97년 이후였다. 2008년은 역대 8위로 나타났다. 2007년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1850년 이후 약 16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0.75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0.75도 기온 상승은 미미한 것처럼 보이지만 1년 365일의 평균이 그만큼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실제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다양하다.

“20~30년 뒤면 북극해 얼음 사라져”

2008년 9월 북극해 얼음 면적은 452만㎢까지 줄었다. 이는 79년 인공위성으로 얼음 관측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작은 크기다. 2007년에는 422만㎢까지 줄었다. 얼음 두께도 얇아지고 있다.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연구진에 따르면 2007년 겨울 얼음 두께는 2002~2008년 겨울 평균치보다 평균 26㎝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해 서부 지역은 얼음 두께가 최고 49㎝나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2030~2040년이면 여름철 북극해에서 얼음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극 빙하뿐만 아니라 히말라야나 남미 안데스 고원,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 세계 곳곳의 빙하와 얼음도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방글라데시 국토 30% 침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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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그린란드 빙상이 급속히 녹을 경우 해수면이 최고 7m 상승하고 전 세계 해안이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남극대륙의 얼음이 다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57m나 상승하게 된다. 지난해 2월 IPCC는 2100년 해수면 상승폭이 18~59㎝일 것으로 예측했으나 11월 최종보고서에서는 남극대륙과 그린란드가 녹아 바다로 흘러나온 담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며 해수면 상승 상한선을 철회했다. 대신 전문가들은 전 세계 해수면이 이번 세기 말에 최소한 1m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면 베트남과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지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국토 30%는 해발고도가 1~2m밖에 되지 않아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남한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만3000㎢이 바다에 잠기게 된다고 한다.

고위도 지역도 태풍 사정권

지구온난화로 태풍·허리케인·사이클론이 자주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 태풍이 더 세지거나 세력이 줄어들지 않고 고위도 지방까지 북상해 피해를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81년부터 2006년까지 인공위성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해수면 온도가 28.22도에서 28.5도로 올라갔으며, 가장 강했던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최대풍속도 81년 시속 225.3㎞에서 2006년 251㎞로 높아졌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열이 허리케인이나 태풍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08년 5월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강타한 미얀마는 희생자가 10만 명이 넘었고,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05년 8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1800여 명의 인명을 앗아갔고 800억 달러의 재산손실을 냈다.

툰드라로 번지는 가문비숲

지구온난화는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는 기후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탈진한 상태로 번식지에 도착했는데 막상 먹이를 구하지 못한다면 큰 문제다. 번식지를 옮기거나 이동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 영국 왕립조류보호학회·영국조류학트러스트에 따르면 푸른머리되새는 60년대에 비해 9일, 울새는 6일 빨리 산란기를 맞았다. 영국에서는 또 박새의 산란기가 47년 전에 비해 2주나 빨라졌다. 박새 새끼는 알에서 깨어난 직후 겨울물결자나방 유충을 엄청나게 먹어 치운다. 산란 시기를 벌레 유충이 나오는 시기에 맞추지 못하면 번식에 실패한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11개로 구분되는 식목지대의 일부 경계선이 북쪽으로 300㎞ 이상 이동했다. 반면 추위에 익숙한 식물들은 제대로 번성하지 못한다. 북극권 툰드라 지역에서 가문비나무숲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한라산 구상나무 SOS

한반도 역시 마찬가지다. 기온이 올라가 봄꽃이 일찍 피고 있고,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남 고흥과 나주, 경남 밀양에서도 한라봉이 재배되고, 강원도 평창에서도 사과가 나와 온난화가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볼지 모른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한반도에도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 향후 100년간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기후대는 현재보다 북쪽으로 150~550㎞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식물들은 이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제때 따라가지 못한다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라산의 구상나무도 67년 이후 3분의 1이나 줄어들었다.

온실가스, 지구 덮는 담요

태양에서 지구 표면에 도달한 빛 에너지는 파장이 긴 적외선 형태로 다시 우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대기 중에는 적외선을 외계로 방출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있어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바로 온실가스다. 적외선을 흡수해 마치 온실의 유리처럼, 혹은 지구를 덮는 담요처럼 지구 기온을 올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는 CO2 외에도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화플루오르화탄소(HFCs), 과플루오르화탄소(PFCs), 육플루오르화황(SF6)까지 포함해 온실가스를 여섯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온실가스는 온난화 잠재력 혹은 온난화지수가 있는데, 적외선 흡수량과 대기 중 잔류시간을 감안해 만들었다. CO2의 온난화지수를 1로 했을 때 CH4는 21, N2O는 310, HFCs는 1300, PFCs는 7000, SF6는 2만3000이다.

CO₂농도 65만 년 만에 최고

지난 65만 년 동안 CO2의 농도가 요즘만큼 높았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빙하기 동안 CO2의 농도는 180~190ppm(ppm=100만 분의 1)에 머물러 있다가 간빙기에는 CO2의 농도가 290ppm까지 상승했다. 마지막 빙하기의 가장 추웠던 시점(지금으로부터 2만 년 전)부터 1900년까지 CO2의 농도는 260~290ppm을 유지해 왔다. 미국인 학자 찰스 D 킬링 박사는 50년대부터 하와이에서 CO2 농도를 측정해 왔는데, 이 사람의 이름을 딴 게 킬링곡선(Keeling curve)이다. 톱니처럼 뾰족뾰족한 곡선들이 농도 변화를 나타낸다. 이 곡선을 보면 CO2 농도가 매년 2~3 ppm씩 가파르게 상승해 왔고, 2008년에는 385ppm에 이르렀다.

예측 시나리오 6가지

2007년 2월 IPCC의 보고서는 2100년 지구의 모습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IPCC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인류가 얼마나 노력하느냐를 고려해 총 6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 B1, A1T, B2, A1B, A2, A1FI는 예측한 온실가스 농도 수준에 따라 붙인 시나리오 이름으로, 각각은 2100년 지구 대기의 CO2 농도를 600, 700, 800, 850, 1250, 1550ppm으로 가정하고 있다. 시나리오별로 예측하는 기온상승 범위도 차이가 난다. B1 시나리오는 1.8도를 중심으로 1.1~2.9도 범위에서 상승할 것으로, A1T와 B2 시나리오는 2.4도를 중심으로 1.4~3.8도 범위에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A1B 시나리오는 2.8도(1.7~4.4도), A2 시나리오는 3.4도(2.0~5.4도), A1FI 시나리오는 4.0도(2.4~6.4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동토층 유기물은 ‘메탄 폭탄’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지구 생태계도 영향을 받는다.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07년 IPCC 보고서는 지구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양광을 반사하던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 오히려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게 되면서 지구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또 툰드라 지대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그 속에 포함돼 있는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는 것. 메탄은 CO2보다 온실효과가 21배나 된다. 그래서 IPCC에서는 2015년 이전까지 국제 사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절대량이 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8년 정도 남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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