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폭락으로 암소 도축 크게 늘어…소 사육농가의 경쟁력에 상당한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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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북 김제시 금구면에 사는 金기동 (58) 씨는 최근 5백15㎏나가는 암소를 2백20만원에 팔았다.

95년 송아지를 1백40만원에 구입했으니 18개월을 키워 겨우 80만원을 뽑은 것이다.

잘나가던 시절 한마리에 1백50만~2백만원이 남던것과 비교하면 입맛이 쓰지만 더 값이 떨어지기 전에 팔자며 동네 사람들은 서로들 암소를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소값 폭락으로 암소 도축이 크게 늘면서 한우의 사육 기반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협 전북도지회에 따르면 올들어 도내에서 도축된 소는 모두 7만9천3백여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만5천4백여마리보다 43%가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암소가 3만8천6백여마리를 차지, 지난해 1만8천6백여마리보다 1백6%가 늘었다.

암소도축은 시간이 갈수록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지난 3월 한달간은 2천4백여마리였지만 9월엔 7천2백여마리로 무려 3배나 늘었다.

이처럼 소 도축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한우값 폭락현상이 올들어서도 회복세를 보이지 않아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최근 한우 암소의 산지값은 5백㎏당 2백10만원 안팎으로 지난해 2백68만에서 60여만원 (22%) 이 떨어진 상태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9월에는 수입쇠고기에서 O - 157균이 검출되어 육류기피현상을 부채질하고 이는 농민들로 하여금 소의 번식.사육을 꺼리게 만들었다.

더욱이 한우 수소는 정부수매 정책에 힘입어 일정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암소는 수소보다 마리당 30만원 이상이 낮아 농민들은 경쟁적으로 암소를 시장에 내다 팔아 도축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무분별한 암소의 도축은 송아지의 생산 감소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우리나라 축산업의 기반을 흔들게 될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벌써 내년 하반기부터는 송아지값이 앙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소 사육농가들의 경쟁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것으로 보인다.

전주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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