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열쇠, 선진국이 쥐고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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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26면

연초 이후 각국의 주가 등락률은 다음과 같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 9.0% 하락. 영국과 독일은 각각 6.9%, 8.9% 하락. 미 나스닥 지수만 유일하게 1% 상승했다.

이종우의 Market Watch

반면 한국 코스피 지수는 14%, 대만과 브라질은 각각 19%와 12%씩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5%나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이를 통해 우선 올 들어 이머징 마켓과 선진국 주가가 극명히 갈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머징 마켓 중에서 아시아 국가의 주가 상승률이 두드러지게 높았고, 산업별로는 전기전자(IT) 업종이 주류를 이루는 나스닥 시장이 그나마 양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머징 마켓의 주가 상승률이 높은 것은 이들이 금융위기에서 한 발 비켜 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위기 당사국이고 다른 선진국은 서브프라임과 관련한 채권을 보유해 위기에 노출된 반면 이머징 마켓은 이런 거래가 없거나 미미했다.

지난해 10월 위기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위기의 파장이 얼마나 될지, 또 세계 경제가 얼마나 위축될지 불확실해 주가가 전 세계에서 동시에 떨어졌고 이 와중에 경제가 취약한 이머징 마켓이 훨씬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조금씩 정리되면서 주가가 직접 당사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 분리되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아시아 이머징 마켓의 주가 상승률이 높은 것은 중국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업종별 대중국 수출은 올 1월부터 물량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철강, 무선기기, LCD 등이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재정과 금융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수입 수요가 형성된 점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주가 등락률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 변화를 예측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인다. 최근 주가 상승에도 선진국은 연초 주가를 넘지 못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10%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각종 정책적 노력에도 여전히 선진국 경기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주가가 이미 상당 폭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최저점 대비 40% 올랐고 지난달 초와 비교해도 3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다 보니 경제 지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거라는 분위기도 반영됐고 종목별 가격이 싸다는 느낌도 없어졌다.

이제 주가가 계속 오르기 위해서는 선진국 경기가 안정되고 이들의 주가가 회복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주택 관련 지표가 개선되는 등 선진국 경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주가가 상승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강도로 회복이 나타나야 한다. 이머징 마켓이 선진국에 경제를 의존하는 입장에서 언제까지 홀로 서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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