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탈출 기미, 지금이 기회” vs “돈 많이 풀린 탓, 기다려라”(1)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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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06면

-지금 주식을 사면 돈을 벌까.
“빅 머니(큰돈)를 벌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 금융 전문가인 제이슨 츠바이그는 ‘과거 주가 흐름을 분석해 보니 아주 짧은 급등락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이 장기간 이어졌다’고 말한다. 지금 단기 랠리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닥터 붐’ vs ‘닥터 둠’ 지상 논쟁 살아나는 세계경제 지표 어떻게 봐야 하나

-오르는 기간이 짧다는 얘기인가.
“주가 급등락 기간은 짧고 지지부진한 기간은 길다. 지금 오름세는 ‘닥터 둠’들이 ‘침체 끝, 경기회복’을 선언하기 시작할 즈음에 끝날 것이다. 닥터 둠들의 진단을 기다리면 늦는다. 주가 급등이 낳은 고수익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근거가 무엇인가.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주가가 너무 많이 내렸다. 버블이 비정상이라면 현재 주가도 비정상이다.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마침 경제가 최악의 순간에서 기어 나오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주택시장과 소비지출, 내구재 주문 등이 개선되고 있다. 많은 시장 참여자가 6개월쯤 뒤 경제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가가 오르고 있다. 주가 자체가 가장 뛰어난 전령 아닌가.”

-6개월 뒤에 실물경제가 회복한다는 말인가.
“주가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6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 오차가 있기는 하지만 주가가 추락한 뒤 오르기 시작한 지 반 년 정도 뒤에 실물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탈출한다. 올해 10월 전후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내년 이후에나 회복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디플레 뛰어넘기』의 지은이인 로버트 프렉터 2세나 누리엘 루비니(경제학) 뉴욕대 교수, 마크 파버 마크파버투자자문 대표 등이 비관적으로 앞날을 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010년이나 2011년에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 가운데 프렉터 2세가 가장 비관적이다. 그는 이번 침체가 201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경제가 회복되면 자신들이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것’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이들이 예측한 회복 시점은 나중에 모두 틀린 것으로 밝혀질 것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데 너무 성급하게 회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일시적인 경기 후퇴나 조정이 아니다.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집권 이후 자리 잡은 한 시대가 끝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의 당선이 그런 변화를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취임한 1933년 한 해 동안 주가가 60% 가까이 급등했다. 그때도 경제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큰 위기였다. 비슷하게 앞으로도 주가 크게 오를 것 같다.”

-기업 실적 개선 등의 뒷받침 없이 최근 주가가 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 와튼 비즈니스스쿨의 제러미 시걸 교수가 1801~2001년 주가 등락을 분석한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그사이 주가 등락 사례 가운데 75%가 뚜렷한 이유 없이 발생했다. 시장 참여자의 기대나 생각이 바뀌면, 이른바 펀더멘털 변화 없이도 주가는 오르내린다. 주가 상승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것 같은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머니센터(월스트리트 등)의 대형 은행이나 보험회사가 파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각국 정부가 파산을 막고 있다. 지방의 작은 은행들이 파산하는 일은 이어질 수 있다.”

-부실 자산이 누적되면 위험할 텐데.
“최근 미국이 시가평가제를 완화했다. 자산의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 금융회사의 자산 가치도 실시간으로 떨어지고 부실화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게 됐다. 회계 규정 하나를 바꾼 것이지만 아주 중요한 변화다. 자산 부실화가 지금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일은 없을 듯하다.”

-한국 등 이머징마켓의 앞날에 대한 견해는.
“한국이 이머징마켓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미 성숙한 시장이다. 아쉽지만 한국 시장을 깊이 분석해 보지 않아 뭐라 말하기는 힘들다. 단, 위기 진앙인 미 경제가 되살아나면 한국처럼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빨리 이익을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55년 미 해병대 하사관으로 한국에서 근무했다. 참 독특한 문화를 가진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중국 경제를 어떻게 보나.
“중국 경제를 분석하다 보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정보가 정확할까’라는 의문이다. 양탄자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런 점을 미리 말하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면,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 같지는 않다.”

-중국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있다는데.
“중국 금융권의 부실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은행이 위기 증상을 보이면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빠르게 치유할 것이다. 위기가 표면화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드러나지 않은 금융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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