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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첩사건]달라진 대남공작(15)…운동권·학계 직접 포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의 대남 공작 방향이 크게 바뀌고 있다.

한국내에 연고가 있는 월북자들을 공작원으로 양성해 남파시키는 80년대까지의 공작 방식에서 최근엔 핵심 공작원을 침투시켜 영향력있는 재야 운동권 인사나 학계 인사등을 직접 접촉하게 하는 대담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상성향을 분석해 북한에 대한 동조 가능성이 크며, 최소한 당국에 신고하는등 적대행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 사람들을 포섭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다고 국가안전기획부는 밝히고 있다.

이같은 증거로 북한은 90년대 들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이선실 (81) 을 침투시켜 황인오 (43.사북노동문제연구소 간사).김낙중 (62.전 민중당 대표위원) 등을 포섭했으며 95년엔 공작원인 김동식을 직접 남파해 80년대 운동권 출신자들을 포섭하려다 적발됐다.

이번에 포섭을 기도했던 전국연합 산하 울산연합의 간부 鄭모 (35.울산대 총학생회장 출신) 씨와 전주시의회 朴모 (34) 의원등도 운동권 출신이며 서울대 金모교수도 진보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안기부에 따르면 북한은 주로 한국에서 발행되는 진보성향의 잡지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포섭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문화부등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부서에서는 국내의 몇몇 정기 간행물과 전국연합.민족회의.한총련.한청협등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전국연합통신' '통일샘' '대학생' '자주의 길' 등을 입수해 국내정세를 판단하고 운동권 동향을 분석해온 것은 물론 포섭 가능한 대상자를 선정하는 대남 공작의 기초자료로 적극 활용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간첩 최정남의 진술에 따르면 이번 포섭 대상자중 전국연합의 鄭씨는 95년 11월 발간된 한청협 기관지 '자유의 길' 에 수록된 "세상이 바뀌어도 원칙은 바꾸지 않는다" 는 기고문 분석을 통해 사상적 토대가 확고한 인물로 평가돼 포섭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전주시의회 朴의원은 '전북기사련' 사무국장등 종교계 사회운동과 인권운동 단체 간부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전북대 재학시 투쟁에 전념하기 위해 학업까지 포기하는등 사회관이 확고한 신세대 운동가로 평가됐다는 것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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