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각국 견해차 있지만 세계인에게 희망 주자고 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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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이하 현지시간) 동행기자단이 상주하고 있는 프레스센터를 방문, 한·미 정상회담과 G20 금융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미 간의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형식적인 게 아니라 실질적이란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우리가 먼저 물은 것도 아닌데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은 미국과 직접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 사람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먼저 말하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양국 정상이 철저한 한·미 공조 입장을 재확인한 부분을 청와대는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G20 금융정상회의가 만들어낸 정상 합의문에 대해 이 대통령은 “쉽게 합의된 게 아니라 각국의 다른 이해와 의견을 조화시켜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참가국들로 하여금 약속을 이행토록 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또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선 정상들의 표정이 딱딱하고 달랐지만 끝난 뒤엔 자연스럽게 박수가 나왔다”고 당시 분위기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정상회의가 막판에 결론 도출에 어려움을 겪자 자신이 나섰다며 뒷얘기도 공개했다. 그는 “여기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 일자리를 잃은 세계의 노동자들에게 실망을 줄 수밖에 없다. 국가마다 견해 차이가 있지만 합의해야 한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자.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주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신흥국의 입장을 대변하며, 이들 국가에 대한 외환 유동성과 무역금융 확대를 주장했다”며 “한국이 여러 가지 면에서 역할을 한 만큼 우리 국민과 더불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세계 지도자 입지 굳혀=이번 G20 정상회담은 구체적 성과물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공황 와중이던 1933년 66개국 정상이 모였던 런던 세계경제회의와 차이를 보였다. 당시 회의는 성과 없이 끝났으며, 이후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무역장벽을 쌓아 오히려 대공황의 고통을 깊게 했다. 반면 이번 G20 정상회의는 구체적 결실을 내놨다. 경제 위기에 빠진 국가를 도와주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5000억 달러(약 700조원)의 추가 자금을 주는 등 1조1000억 달러를 세계 경제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 고삐 풀린 국제 자본을 감시하는 금융안정이사회(FSB)를 창설하고, 보호주의를 배격하며 조세 피난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G20 회의를 통해 세계 지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성공적인 결실을 내는 데 오바마의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이 기여했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오바마는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데 관심을 집중했으며, 세밀한 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G20 회의를 통해 중국·인도 등 신흥 경제국의 입지도 강화됐다. 뉴욕 타임스는 3일 “G20 회의를 통해 세계 경제가 더 이상 서방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과 신흥 경제국의 힘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런던=서승욱 기자, 서울=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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