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차 바꾸면 보조금 준다는데 … 법안 처리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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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우자동차판매 박모(50) 부장은 요즘 자동차 구입 계약을 미루는 손님들 때문에 고민이다. 5월부터 낡은 차를 새 차로 바꾸면 세금을 깎아 준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계약이 뚝 끊겼다. 박 부장은 “한두 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도 손님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제때 시행 돼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00년 이전에 등록한 차를 새 차로 바꾸면 자동차 개별소비세와 취득세·등록세를 각각 70%까지 감면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안대로라면 개별소비세는 최대 150만원, 취득세·등록세는 최대 100만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다만 5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거다. 그렇다면 당장 새 차 구입을 미루고 기다려야 할까.

당초 한나라당과 정부는 자동차 업계의 자구 노력을 약속받고 이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종 확정도 되기 전에 언론에 알려지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 소관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노사 관계 선진화 등을 전제로 한 것이며 구체적 반응이 없으면 시행을 철회할 수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국회 지식경제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기현 의원은 “지난달 26일 업계와 협의 없이 먼저 발표되면서 (업체들에) 강하게 요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세금 혜택도 문제다. 노후 차의 보유 기간이나 보유 시점을 따로 정하지 않아 현재 발표된 안대로라면 중고차를 지금 사서 하루만 가지고 있더라도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별소비세는 배기량이 클수록 세율이 높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70%씩 감면할 경우 작은 차보다 큰 차를 사야 이득이다. 하지만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국회 내에서 제기됐다. 이한구 예결위원장은 3일 “노후 차량 교체는 지원해 주면서 노후 가전제품은 왜 안 해주느냐는 등의 산업별 형평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혜택을 준 데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국채 발행으로 메우게 될 텐데 정부가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은 “발표된 이상 정책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방향은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당정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항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도 내수 진작과 자동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경위 민주당 간사인 최철국 의원은 “몇 가지 문제점만 고친다면 민주당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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