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계는] "정부 규제 탓에 의욕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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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송도경제자유구역이 코앞에 보이는 인천중앙길병원은 요즘 내부 개혁에 몰두하고 있다. 첨단기술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로 무장한 외국 의료기관이 들어올 경우 자칫 삼류 병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 2월엔 "2008년까지 21세기 동북아 지역 최고의 병원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병원 프로젝트 선포식'도 열었다. 경영의 투명성과 표준화, 고객만족을 경쟁력의 근간으로 삼는 경영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남동 길병원에 대한 전략이다. 남동공단에 운집해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무료 진료하면서 경험을 쌓고, 이들이 원하는 진료시스템을 갖춰 동북아 의료의 허브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미래 의료 허브의 토대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5000여명의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찾을 정도로 이 병원의 인지도는 매우 높은 편. 최근에는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심장병 수술이나 난도 높은 성형수술 환자들이 찾아올 정도로 해외에서도 이름이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4월 '2010 비전'을 발표했다.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주력하면서 심장혈관센터와 암센터를 집중 육성하는 등 전문진료센터 중심으로 병원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시더스아이나이병원.MD앤더슨 암센터를 비롯해 중국.일본.이집트.아르헨티나의 유수 병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학술과 의료기술을 교류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하노이국립아동병원을 방문해 의료시술을 펼치고, 이곳 의료진에 기술을 전수하는 것도 동남아지역에서 삼성서울병원의 브랜드를 키우는 전략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처럼 국제적 브랜드를 추구하는 병원은 그리 많지 않다. 국내 임상 수준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데도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제무대 진출이나 외국환자 유치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데다 의료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의료정책과 제도 탓이다.

을지대학병원 하권익 병원장은 "온천 휴양지가 발달한 대전의 경우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성공한 '온천병원호텔'이 가능하다"며 "환자 유치를 위한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리 의료가 살아남기 위해선 의료를 산업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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