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들은 악마” 4000여 명 격렬 시위 … 사망자도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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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2일(현지시간) 런던 시내 곳곳에서는 G20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숨바꼭질과 마찰이 이어졌다. 런던 경찰은 회의장인 ‘엑셀 런던’의 주변 접근을 완전히 봉쇄했다. 회의장 근처인 로열 빅토리아 역을 비롯한 인근 3개 지하철역을 하루 동안 폐쇄했고 인근 주택가를 통한 진입을 막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도 경찰을 배치했다. 경찰 헬기 2대가 회의장 상공을 날며 인근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장 근처는 경찰 순찰차 등으로 여러 겹 바리케이드를 쳤다. 프레스센터 역시 회의장에서 3㎞ 이상 떨어진 시티공항 근처에 마련하고 전용 버스로만 이동하도록 했다. 이처럼 철저한 경비에도 세계 각국에서 온 시위대는 회의장 외곽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대학생 알리슨 뉴슨(여)은 “신자유주의는 몇몇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만든 것으로 착취의 다른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장뿐 아니라 영국중앙은행(BOE)과 런던증권거래소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앞서 1일 런던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4000여 명의 무정부주의자·반전주의자 등이 참여했다. 시위는 폭력 사태로 이어져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이날 영국중앙은행 건물을 둘러싼 시위대는 물병과 맥주 캔·계란 등을 던져 유리창을 깼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 한 명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인근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지점에서는 시위대가 경찰과 경비원을 밀어내고 건물에 난입해 유리창을 부수고, 사무실 집기를 들어냈다. 또 수천 명의 시위대는 금융기관이 몰려 있는 ‘시티(City)’ 곳곳에서 “은행가들은 악마” “부자들을 삼켜버리자” 등의 원색적인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영국 경찰은 2일 오전까지 100명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다고 밝혔다.

런던=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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