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남 위한 희생’은 어디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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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해저드(Hazard)란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벙커나 바다, 못, 냇물, 나무, 수풀 등의 장애물 구역을 뜻하는 골프 용어다. 언제부터인가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즉 도덕적인 해이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도덕적 해이란 법적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믿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며 이익을 챙기는 경우를 말한다.

지난달 13일 미국의 최대 보험사 AIG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분노를 표출했다. 기업인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일어난 일이다. 도덕적 해이는 공익보다 사적인 이익을 바라는 이기적 태도가 만연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기심을 규제할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이기적인 본능을 이성적인 판단력으로 자제해야 한다. 사람은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싶은 본능만큼이나 모범적인 행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갖고 있다. 그래서 귀감이 되는 책을 읽고 교육도 받는 것이다. 이성 활동을 통해 이기적인 본능을 절제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성숙한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또 남을 위해 희생하는 행동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나를 위해 투자하고 싶은 돈이나 시간을 불쌍한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데 사용했을 때 느껴지는 기쁨과 보람은 소중한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어나간다면 사소한 이익을 위해 부도덕한 행동을 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격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AIG의 비리가 발각된 지 단 나흘 만에 보너스를 받은 모든 임직원들에게 90%의 세금을 물려 그 이익의 대부분을 환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개인적인 노력 외에 도덕적 해이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제도가 뒷받침될 때 깨끗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황수연(경기외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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